[INTERVIEW]
[인터뷰] 현실과 환상 사이, 정체성을 고민하는 쇼맨, 미니 앨범 'Reality Show' 발매한 유노윤호
2023-09-14
글 : 임수연
사진 : 백종헌

2년 전 유노윤호는 두 번째 솔로 미니 앨범 《NOIR》로 <씨네21>과 인터뷰를 했다. 시네마틱한 컨셉을 잡고 기획을 시작해 <킬 빌> <올드보이> <존 윅> <대부> <아이리시맨> 등의 이미지를 레퍼런스 삼은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세 번째 미니 앨범 《Reality Show》를 발표하며 선보인 쇼트 필름 <NEXUS>는 타이틀곡 <Vuja De>뿐만 아니라 모든 수록곡이 등장한다. 영화와 뮤직비디오의 경계를 좀 더 과감하게 무너뜨리며 자신의 솔로 앨범이 천착해온 현실과 환상에 대한 스토리를 확장한다.

- 타이틀곡 <Vuja De> 뮤직비디오보다 13분짜리 쇼트 필름 <NEXUS>를 먼저 공개했다. 미니 앨범의 전곡이 등장하는 독특한 영상작업물이다.

= 테이프에서 스트리밍까지 많은 변화를 겪었고 어느덧 20년차 가수가 됐다. 예전에는 앨범을 내면 3주에서 한달 정도 활동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1~2주 정도 홍보한다. 그 내용도 앨범 전체보다는 타이틀곡에 국한되다 보니 작품보다는 트렌드를 좇아가는 느낌이 있더라. 콘서트를 하면 숨은 수록곡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다. 그렇다면 히트곡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앨범 자체를 설명하는 길을 택할 수 있지 않을까. 김현수 감독에게 이것은 단편영화다, 뮤직비디오라고 생각하고 작업하지 말자고 했다. 역으로 나는 이게 단편영화와 뮤직비디오 사이의 무언가가 되기를 바랐다. 뮤직비디오가 되면 트렌디한 후배 가수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성적이 중요했다면 절대 지금과 같은 홍보 방식을 택하진 않았을 것이다. <Thank U> 때는 한곡을 갖고 멋진 미장센을 담은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면, 이번 쇼트 필름은 일종의 O.S.T가 전면에 나와 어떤 메시지를 전한다. 오랜만에 선보이는 앨범에 내 가치관을 담아 시간이 지나도 꺼내볼 수 있는 선물을 선사하고 싶었다.

- 무대에서 하나의 작품을 선보이는 가수, 퍼포머,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메타버스의 이미지와 연결 짓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됐나.

= 군대에 있을 때부터 만들었던 스토리다. 미니 1집 《True Colors》가 미래, 2집 《NOIR》가 과거라면 이번 앨범은 현재를 담았다. 내가 쇼맨, 즉 단장이 돼 퍼포머, 기획자,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먼저 내가 쓴 세계관을 새가지 비디오의 김현수 감독에게 드렸다. 연예인은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환상을 꿈꾸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메타버스와 게임이라는 소재를 이용하고 카메라 시점숏도 1인칭과 3인칭을 공존시키면 재미있겠다는 대화를 나눴다. 감독과 함께 전체 시놉시스를 쓰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 사실 쇼맨의 이야기를 먼저 다루고 싶었지만 내가 제작과 기획 경험이 없어서 어느 정도 공부를 한 후 들어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때부터 키네마스터로 영상 편집을 하고 애니메이터도 만드는 등 가이드라인을 직접 제작하고 있다. 유튜브로 독학한 부분도 있고, 드라마나 영화쪽에서 일하는 지인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는 모임도 만들었다.

- 《Reality Show》 앨범 자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한편의 쇼처럼 구성되어 있다. 앨범 순서대로 곡을 이어서 들을 때 만들어지는 스토리라인이 있고, 쇼트 필름 <NEXUS>는 또 다른 시점으로 재해석한 편집을 선보인다. 공연이 시작되고 끝날 때의 감각을 계속 체험했던 사람이기에 이런 기획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 플레이어를 해본 사람이 제작에 참여할 때 나올 수 있는 시너지를 믿는다. 그동안 공연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을 설명해주고 싶었다. 화려함 속에서 내가 바보가 되는 순간도, 미련이 남는 순간도 있었다. 예전만큼 닛산 스타디움(수용 인원이 7만명 이상인 일본 최대의 육상 경기장. 2018년 동방신기는 이곳에서 3일 동안 공연했는데, 이 기록을 세운 가수는 일본과 해외를 통틀어 이들이 유일하다.-편집자)에서 공연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아름다웠던 시간을 영화처럼 간직하며 오랫동안 이 일을 하자는 메시 지를 던지고 싶다. 이 앨범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나이대와 직업군의 인물들을 인터뷰했다. 자신이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현실(Reality)과 환상(Show)을 주제로 잡았고, 앨범 제목이 《Reality Show》가 됐다.

- 유노윤호에게도 같은 고민이 있지 않나.

= 중학생 때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고 고등학생 때 유노윤호로 데뷔했다. 어느덧 유노윤호로서의 삶이 정윤호의 그것보다 더 길어졌다. 유노윤호라는 이름으로 세상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점점 정윤호라는 아이는 안에 갇혀서 나올 공간이 없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파워 ‘E’(MBTI 성격 유형 중 외향형을 의미)지만 일본에서는 친구가 없어서 밖에 안 나가는 ‘은둔형 외톨이’가 된다. 항상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일을 하는 연예인들이 멘털 문제로 힘들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살기 위해서 나의 현실과 쇼를 분리하기로 했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나도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 <NEXUS> 코멘터리 영상을 보니 아예 카메라워킹과 촬영 구도를 염두에 두며 그에 걸맞은 안무를 짜더라. 일반적인 뮤직비디오와는 완전히 다른 제작 방식이다.

= <위대한 쇼맨> <라라랜드> <맘마미아!> 같은 영화들이 그랬다. 그리고 직접 뮤지컬 무대에 서면서 느꼈던 좋은 부분들을 다 합치고 싶었다. 우리가 만드는 영상이 하나의 작품이라면 카메라 동선은 기획 때부터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영상감독은 미장센과 감정의 호흡으로 간다면, 가수는 음악의 박자를 생각한다. 그래서 박자에 맞춰 카메라가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 같이 논의했다.

-이번 활동을 하면서 40개 넘는 챌린지 영상을 찍었다고.

=대망의 마지막은 내 매니저가 장식할 거다. (웃음) 는 다양한 전문직 분들과 챌린지 영상을 찍었고, 는 단지 춤꾼이라기보다는 춤으로 감정을 보여줄 수 있는 분들과 함께했다. SM에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와 모두 챌린지 영상을 한 사람은 나밖에 없다. 심지어 보아 이사님도 찍었으니까. (웃음) 나라는 사람을 믿어주고 힘을 보태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Reality Show》는 레드 프로덕션(SM 엔터테인먼트의 제작 3센터)과 SM 엔터테인먼트, 새가지 비디오, 펀치라인 감독, 헤어 디자이너 등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든 작품이다. 그래서 마지막 활동 때는 이들의 모습을 담은 비하인드 사진을 꼭 올리려고 한다. 대체로 가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주변 사람들도 똑같은 주인공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K팝 산업이 글로벌 단위로 확장되면서 해외에서 한국의 엄격한 연습생 커리큘럼이나 억압적인 노동 환경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지 않았나. 선배 가수로서 이에 대한 의견은.

=‘아이돌’은 누군가의 감정을 전달하는 매개체로서 다른 이들에게 메시지를 주는 존재이고, 창의로운 창작을 하는 문화 예술가다. 유튜브와 트위터가 발전하면서 K팝 산업이 발전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이 직업을 가진 친구들이 더 힘들어지기도 했다. 가수들이 지닌 능력과 끼는 수준급으로 올라왔지만 이를 서포트해주는 시스템은 좀더 발전할 필요가 있다.

-동방신기 20주년이다.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이벤트가 있나.

=오랫동안 기다려주신 분들에게 화답할 수 있을 정도의 준비를 하고 있다. 단지 퍼포먼스 음악이 아닌, 무척 재미있는 곡으로 인사드릴 것 같다. 멋있게 컴백할 거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유노윤호로, 내가 잘하는 것은 동방신기로 보여드리고 싶다.

- 솔로로서 다음 계획은 어떤가.

= 다음은 ‘페이크 다큐’다. 미니 앨범에서 뿌려놨던 떡밥을 다 모아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핸드폰 사진첩을 보여주며) 이미 여러 종류의 레퍼런스 이미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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