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안녕, 내일 또 만나’, 세 개의 시공간 속에서 그들은 다시 나아갈 수 있을까
2023-09-13
글 : 오진우 (평론가)

1995년, 가을 대구. 어린 동준(홍사빈)과 강현(신주협)은 길을 걸으며 꿈에 관해 이야기한다. 강현은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해 대구를 탈출하는 것이 꿈이고, 동준은 ‘다른 우주에 있는 또 다른 나’가 되는 것이 꿈이다. 강현은 동준의 수학 과외 선생이자 유일한 친구인 동네 형이다. 그는 동준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그의 뛰어난 두뇌와 또래 아이들과는 다른 음악적, 문학적 취향은 동준을 매료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강현의 엄마가 남편의 외도를 알고 충격을 받아 자살한다. 이에 화가 난 강현은 아버지의 차를 부수기 시작한다. 자신의 영웅이 추락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동준도 충격에 휩싸인다. 시간이 흐른 2020년의 가을, 대구. 어른이 된 동준(심희섭)은 학교 선생이 됐다. 그는 게이바 앞에서 제자를 마주치고 당황한다. 자신의 정체성과 더불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버릇이 된 동준은 고향 대구를 벗어나지 못한 채 점차 망가지고 있었다.

<안녕, 내일 또 만나>는 강현이 떠나고 20여년이 지난 후 세 가지 공간에서 다른 삶을 보내고 있는 동준의 모습을 그린 독특한 구성의 영화다. 영화는 백승빈 감독이 일전에 한국영화 데이터베이스에 연재한 칼럼에서 출발한다. 윌리엄 맥스웰의 동명 소설에 관한 칼럼에서 감독은 어린 시절의 경험을 풀어낸 바 있다. 그것은 영화 속 1995년 대구의 이야기의 골자가 됐다. 1995년의 대구라는 공통의 과거를 바탕으로 영화는 동준이 학창 시절 꿈꿨던 평행 우주를 그린다. 2020년의 대구, 서울, 부산 순으로 동준의 삶이 펼쳐지는데 특징이라면 평행 우주 속 동준이 드라마틱하게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동일한 몇개의 조건과 다른 변수들로 구성된 그의 세개의 삶은 묘하게 교집합을 이루며 공명한다. 동주의 세 가지 삶은 마치 거울처럼 서로를 비추며 자신뿐만 아니라 강현의 빈자리, 가족과 타인을 바라보게 만든다. 이로 인해 세개의 시공간에서 개별자인 동준은 영화의 끝에 이르러 비로소 하나의 동준이 되어간다.

영화의 또 다른 특징은 플래시백이다. 세 시공간을 꿰차는 것은 1995년 대구에서 동준과 강현이 함께 보낸 시간이다. 이 플래시백은 비선형적으로 정신이 사납게 틈입하며 관객에게 혼선을 야기한다. 결국 이 시간이 이끄는 곳은 동준과 강현이 서로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헤어졌던 골목길이다. 나란히 걸으며 꿈을 이야기하던 두 소년이 어른이 됐을 때, 서로를 마주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기대해보자. <안녕, 내일 또 만나>는 2021년 제11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개막작으로 공개된 바 있다.

“인생은 가장자리에서 살아야 한다. 줄 위를 걷듯이 매일 매 순간.”

강현은 자신의 영웅이자 미국의 쌍둥이 빌딩 사이를 줄타기한 곡예사 필리프 프티가 했던 말을 동준에게 들려준다. 이는 지긋지긋한 삶에 반항하는 강현의 태도다. 담벼락을 아슬아슬하게 걷는 강현의 몸짓은 대담하면서도 애처롭게 보인다.

CHECK POINT

<싱 스트리트> 감독 존 카니, 2016

동준과 강현의 관계를 보면 <싱 스트리트>의 형제가 떠오른다. 동준이 정신적으로 강현에게서 떠나지 못한 것과 달리 코너는 형 브렌든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브렌든은 혹여나 자신처럼 되지 않길 바라며 동생의 꿈에 힘을 실어준다. 이 형제에게 이별은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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