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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폭로>하기까지
홍용호 감독은 눈길 가는 이력의 소유자다. 현직 변호사인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출을 공부한 후 <증인> <침묵> 등 법정 신이 중요한 작품의 각색에 참여했고, 자신의 전문 분야를 살린 데뷔작 <폭로>를 내놓았다. 한 법조인에 관한 짧은 기사로부터 모티브를 얻었다는 그는 영화의 도입부를 깔끔히 요약했다. “변호사가 의뢰인을 처음 만났을 때, 의뢰인은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변호사는 그 말이 사실이 아닌 것 같습니다. 거기서 출발하는 영화입니다.”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피고가 된 윤아 역은 유다인 배우가 맡았다. 앞서 비슷한 상황에 놓인 캐릭터를 연기해봤기에 출연을 고민한 유다인 배우를 움직인 건 남편 민용근 감독의 한마디였다. “망설이기엔 이야기가 좋은데?” 젊은 국선 변호사 정민으로 분한 강민혁 배우는 시나리오를 건네받았을 당시 겹친 우연의 영향을 받았다고. “마침 아는 분이 재판에 증인으로 서게 됐어요. 저도 참관했는데, 덕분에 <폭로>가 더 흥미롭게 받아들여진 것 같아요.”
이입을 도운 공간들
참관 경험은 강민혁 배우가 배역을 소화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줬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극적이고 힘 있는 법정을 상상하기 쉽잖아요. 그런데 실제 법정은 차분하고 절제된 공간이었어요. 압박감으로 인해 공기 자체가 무거운 느낌이었거든요. 그런 부분을 살리려고 했죠.” 그는 심문 대사가 입에 잘 붙지 않아 촬영을 잠시 멈췄을 때조차 ‘휴식’이 아닌 ‘휴정’이라 여기며 재판이 꼬인 변호사의 심경에 이입했다고 한다. <폭로>의 또 다른 격전지는 윤아와 정민의 진실 공방이 펼쳐지는 교도소 접견실.
가정 폭력 피해자이기도 한 윤아는 범행의 시인과 부인을 반복하고, 정민은 그런 윤아의 알리바이를 찾고자 한다. “교도소 장면은 수인 복장까지 갖춘 채 이틀 정도 촬영했어요. 매니저 없이 혼자 몇 시간 운전해서 집에 갔는데, TV를 틀어놓고 소파에 누워 있다가 저도 모르게 눈물이 또르르 흘렀어요. 저한테 윤아의 감정이 계속 머물렀었나봐요.”(유다인)
누군가를 지켜준다는 것의 의미
그런가 하면 유다인 배우로 하여금 “지금 윤아를 연기하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라고 질문하게 만든 인물도 있다. 바로 극 중 윤아의 딸 민지(이소윤). “촬영 당시에는 민지를 지켜내야 하는 존재로 막연히 생각하고 연기했는데, 제게 딸이 생기고 나서 영화를 다시 보니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아기를 낳아보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생겨요. 앞으로 엄마 역할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강민혁 배우는 홍용호 감독이 공들여 썼다는 정민의 오프닝 내레이션(“누군가를 지켜준다는 것의 진짜 의미를 그 사건 전엔 알지 못했다.”)을 빌려 결말까지 골몰한 흔적을 내비쳤다. “의뢰인을 인간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하지 않으면 기계적인 변호사가 될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아마 정민은 사건이 마무리되고 나서도 자신이 윤아가 지키고자 한 것을 변호사로서 지켜준 것이 맞을까 의문을 갖지 않았을까 싶어요. 관객 여러분도 이 내레이션 대사를 떠올리며 영화를 보면 더 몰입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