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30일’, 로맨스를 방해하는 진부한 코미디
2023-10-04
글 : 오진우 (평론가)

법원 내 협의이혼상담실에 한 부부가 서로 멀찍이 떨어져 앉아 있다. 아내는 변호사인 남편 정열(강하늘)의 유치함과 자격지심을 지적한다. 남편은 영화 PD인 아내 나라(정소민)의 막을 수 없는 똘기를 단점으로 이야기한다. 두 사람의 시작은 이렇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골인한 부부였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장점이 단점으로 보이기 시작하고 관계는 점점 악화됐다. 결국 갈라서기로 한 부부에게 법원은 숙려기간 30일을 부여한다. 어쩔 수 없이 같이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에 이들은 크게 교통사고를 당한다. 의식을 회복한 정열과 나라는 안타깝게도 기억을 상실하게 된다. 부모의 이름도 심지어 부부였던 사실도 말이다. 기억을 회복하기 위해 둘은 이혼을 전제로 다시 같이 살기 시작한다.

<30일>은 이혼 30일 전 동반기억상실에 걸린 한 부부의 좌충우돌 결혼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영화다. 영화의 재미는 배우의 몫이 크다. 배우 강하늘과 정소민은 이병헌 감독의 <스물> 이후 8년 만에 연기 호흡을 맞춘다. 둘은 풋풋한 첫사랑이 아닌 파국을 맞은 부부를 연기한다. 특히 지질함과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친 정열 역의 배우 강하늘은 보기가 안쓰러울 정도로 최선을 다해 연기에 임하며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여기에 숏박스의 엄지윤과 모델 송해나가 조연으로 출연해 눈길을 끈다.

서사의 포인트는 동반기억상실에 있다. 모든 것이 리셋된 상황에서 부부는 처음 사랑을 시작한 연인처럼 남은 30일을 채워나간다. 이혼 사유였던 서로의 단점은 둘의 새로운 시선을 통해 보완한다. 과거의 기억을 수정하여 전보다 나은 버전의 사랑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것이다. 관건은 둘이 쌓은 좋은 기억이 과연 나쁜 기억을 덮어 씌울지의 여부다. 기억이 회복되는 것에 따라서 이 여부가 좌지우지되며 둘의 관계가 급변하니 주목해보자. 아쉬운 점은, 상당히 1차원적인 대사와 억지스러운 설정 그리고 감동적인 순간을 방해하는 특유의 유머 코드가 한국 상업영화에서 반드시 재고해야만 할 진부한 코미디의 전형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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