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코와 입이 본드로 막힌 채 잔인하게 살해당한다. 이후 살해 계획이 적힌 다이어리와 남편 앞으로 든 보험 등을 근거로 피해자의 아내 윤아(유다인)가 범인으로 지목된다. 무엇보다 용의자 윤아의 증언이 있다. 다들 이미 끝난 사건으로 여겼지만 국선변호사 정민(강민혁)은 윤아의 태도가 미심쩍다. 얼마 뒤 윤아가 법정에서 범행을 부인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폭로>는 20년 경력의 현직 변호사이자 법정물 전문 스토리텔러로 활약해온 홍용호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진술을 뒤집고 범행을 부인하는 피고인과 진범을 찾으려는 변호인의 고군분투는 얼핏 익숙하고 안전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확장한 탄탄한 각본과 사실적인 연출이 더해진 법정 장면들을 통해 그야말로 흡인력 있는 전개를 선보인다. 반전과 트릭이 있지만 예상보다 쉽게 읽혀 무난하게 다가온다. 대신 인물의 심리에 집중하는 두터운 이야기가 더 큰 매력을 발휘한다. 윤아 역의 유다인 배우의 섬세한 연기가 돋보이는 가운데 법정 안 캐릭터들도 각자 제 몫을 다한다. 반전과 서스펜스에의 강박을 내려놓고 인물들의 사연과 드라마를 집중해서 본다면 충분히 즐길 만한 법정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