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독자에게]
[이주현 편집장] 뉴 제너레이션
2023-10-06
글 : 이주현

9월23일부터 시작된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10월 8일 폐막을 앞두고 있다. 길었던 추석 연휴도 아시안게임 덕분에 짧게만 느껴졌다. 올해 아시안게임이 재밌었던 건 황선우, 안세영, 신유빈 등 여러 종목에서 황금세대의 활약을 목격할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선 대회 초반 치러진 수영 종목. 한국은 수영에서 메달 22개를 따며 아시안게임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금·은·동메달 각각 2개씩 총 6개의 메달을 목에 건 황선우를 비롯해 남자 수영 장거리의 샛별로 떠오른 3관왕의 김우민, 여자 수영 대표팀의 든든한 주장 김서영과 십대의 이은지 등 고른 종목에서 다양한 선수들이 최고의 기록을 써내려갔다. 그야말로 한국 수영의 르네상스다.

여자 탁구 복식에선 신유빈과 전지희 선수가 환상의 호흡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선수는 우승 직후 귀여운 큐피드의 화살 세리머니를 선보여 국민들을 절로 미소짓게 만들었다. 이밖에도 남자 높이뛰기 국가대표인 ‘스마일 점퍼’ 우상혁은 최선을 다해 도약한 뒤 은메달을 목에 걸고 우승자 바르심 선수와 훈훈하게 인사를 나누었고, 여자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고 개인전 경기를 치르고 있는 여자 배드민턴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은 경기장 안팎에서 늘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선수들이 웃으니 응원하는 사람도 덩달아 웃게 된다. “바르심 선수와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내 실력이 느는 것 같아 흥미롭다. 이렇게 재미있는 높이뛰기를 할 수있어서 너무 행복하다.”(우상혁) 젊은 스포츠 선수들은 솔직하고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결과만큼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며, 활짝 웃고 맘껏 기뻐한다.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지켜보자니 내년 파리올림픽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한편 추석 황금연휴를 앞두고 개봉한 한국영화의 성적은 부진했다. 9월27일 나란히 개봉한 세편의 한국영화 중 100만 관객을 넘긴 건 강동원 주연의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 유일하다(1천만이 아니고 100만이다). 10월5일 기준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153만명, 하정우와 임시완 주연의 <1947 보스톤>은 74만명, 송강호 주연,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은 26만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엿새 간의 추석 대목 장사에 사실상 실패했다. 요즘의 한국영화가 관객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관객의 취향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대중의 콘텐츠 소비 패턴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시안게임을 보면서는 웃었는데 추석 연휴 박스오피스를 보면서는 웃을 수가 없었다. 물론 흥행에 실패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의미 있는 실패인가 그렇지 않은가다. 운동선수가 장비 탓 하고 심판 탓 하고 관중 탓 하면 안되는 것처럼, 흥행 참패에 대한 반성도 내부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봉준호, 박찬욱, 이창동, 홍상수, 김지운, 류승완 등이 등장해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일구었던 때가 20여년 전이니,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새로운 세대가 등장할 때도 됐고 새로운 판짜기가 필요한 시점도 됐다. 비관적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땐, 일단 패기 있게 주문이라도 외워볼 수밖에.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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