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려내는 삶의, 존재의, 애니메이션의 아름다움
2023-10-25
글 : 송경원

태평양전쟁 중인 일본, 11살 소년 마히토(산토키 소마)는 도쿄의 대화재로 엄마를 잃는다. 군수공장을 운영하는 아버지(기무라 다쿠야)는 도쿄를 떠나 시골의 저택으로 이사를 온다. 왜가리 저택으로 불리는 이곳은 전일본과 서양 저택을 섞은 독특한 곳으로 과거 저택의 주인이었던 큰할아버지는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이곳에서 마히토의 아버지는 죽은 엄마의 여동생 나츠코(기무라 요시노)와 결혼을 하고 마히토는 복잡한 심경을 숨긴 채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그러던 어느 날 왜가리가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 마히토 앞에 나타나 엄마의 죽음에 대해 말한다. 얼마 뒤 새어머니 나츠코가 사라지자 왜가리 남자(스다 마사키)를 의심하고 쫓아간 마히토는 왜가리 남자와 함께 다른 차원으로 끌려들어간다.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뒤섞인 그곳에서 마히토는 저택의 비밀과 세계의 운명을 마주한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다시 한번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왔다. 20세기 애니메이션의 정점에 오른 전설이 다시 돌아올 땐 언제나 시대에 필요한 걸작과 함께였다. 82살의 거장의 손에 들린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한층 더 각별한 운명 같은 작품이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어머니에게 선물받았다는 동명의 소설 제목에서 이름을 빌려온 이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오리지널 각본으로 자신의 유년 시절에서 출발하여 현재의 고뇌까지 촘촘히 녹아 있는 자전적 판타지물이다. 마케팅을 줄이고 그 비용마저 제작비에 집중한 이번 영화는 기한과 제작비를 정해두지 않고 원하는 완성도가 나올 때까지 지속적으로 작업을 이어갔으며 그 결과 3년을 예상한 제작 기간을 훌쩍 넘어 무려 7년 만에 완성되었다. 그만큼 작화와 장면의 수준은 예술의 영역이라 해도 좋을 만큼 압도적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예술 세계의 집대성이라 부를 만한 이번 작품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서사를 바탕으로 애니미즘, 아나키즘, 상처와 성장 등 미야자키 하야오 전작들의 그림자가 자연스레 묻어난다. 물론 단순한 자기 반복을 넘어 이 시대에 애니메이션이라는 언어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를 온몸으로 증명한다. 생명력 넘치는 에너지와 성찰은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금 삶의, 존재의, 애니메이션의 아름다움을 설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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