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인터뷰] ‘거래’ 김동휘, 못다 한 이야기
2023-11-09
글 : 정재현
사진 : 백종헌

<거래>팀의 <씨네21> 표지 촬영 날이었다. 단체 컷을 찍기 위해 가죽 재킷을 입은 김동휘가 분장실 밖으로 나서자, 유수빈이 대뜸 그를 붙잡고 농을 걸었다. “오토바이 타러 가세요?” 김동휘는 이에 질세라 (재효의 무표정한 얼굴로) 오토바이의 시동을 거는 몸짓을 흉내내며 스튜디오로 향했다. 김동휘는 <거래>뿐 아니라 단편영화 <노마드> <피터팬의 꿈> 그리고 장편영화 <크리스마스 캐럴>에서도 동년배 남성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김동휘는 또래 배우들과 연기하며 얻는 깨달음이 크다고 전해주었다. “승호 형은 몰입력이, 수빈 형은 샘솟는 아이디어가 상당하다. <크리스마스 캐럴>에서 만난 (박)진영 형은 매사에 진중하면서도 주변 모든 이를 살뜰하게 챙긴다. 이들은 앞으로 또 만날, 연기 경력 내내 함께 한길을 걸어갈 사람들이다. 동료들로부터 많은 걸 배운다.”

드라마 <거래>의 원작 웹툰 속 재효는 내면의 갈등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 투명한 캐릭터다. 이에 반해 김동휘가 연기하는 <거래> 속 재효의 얼굴은 어떤 상황이 닥쳐도 태연자약한 표정을 줄곧 유지한다. 그가 처음 민우(유수빈)를 납치한 후 민우의 모친(백지원)에게 “10억 준비하세요”라고 나직한 말투로 겁박할 때도, 이 범죄에 가담해도 되는 건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준성(유승호)에게 “나만 좋자고 이러는 거 아니잖아”라며 심리적 조종을 가할 때도, 심지어 둘의 범죄 사실을 눈치채고 있는 철(정용주)과 수안(이주영)이 재효를 은근슬쩍 떠볼 때도 재효의 얼굴엔 모든 일을 순탄하게 처리하겠다는 서늘한 결의가 서려 있다. 이에 관해 김동휘는 “재효의 결연함은 주도하고 계획하는 인물이 보이는 특징”이라고 정리했다. “스스로가 ‘다 잘될 거야’라고 확신하는 사람 특유의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다. 재효는 그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스스로를 끝없이 세뇌하는 아이다. 재효는 강하다. 거듭해 무언가를 다짐하려면 스스로 강해질 수밖에 없다.”

재효가 벌인 납치극은 분명 범죄다. 재효가 의대에서 퇴학당할 위기에 처한 것도 명백한 재효의 과오다. 하지만 재효는 동일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 비해 유독 억울하게 사지로 내몰린 캐릭터기도 하다. 상황은 분통스럽지만 저지른 죄는 확실한 범인. 모순으로 뭉친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선 배우 스스로가 캐릭터의 궤적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해야 한다. 김동휘에게도 재효가 품은 아이러니가 큰 숙제였다. “재효는 양가감정이 계속해서 들어야 하는 캐릭터다. 본인이 잘못한 건데 왜 저렇게까지 행동하나 싶다가도 아직 아이들에게 세상이 너무 야박하게 군다는 마음도 일면 들게 만들어야 했다. 만일 내가 재효였다면 선택과 집중을 했을 것이다. 학교에 매달리든가, 납치에 몰두하든가. 그런데 한 문제를 처리했다 싶으면 다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두 문제가 끊이질 않고 재효를 복잡하게 만든다.”

배우 김동휘와 자연인 김동휘는 모두 아날로그 감성의 소유자다. 배우 김동휘는 웨어러블 기기로 대본을 보기보다 여전히 종이 대본을 선호하고, 자판 대신 손으로 끄적이며 캐릭터를 분석한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찍던 당시 캐릭터 분석을 위해 산 공책이 있다. 그 공책을 다 쓴 후에도 지금까지 같은 종류의 공책을 매번 구입한다. 캐릭터 연구는 물론 일기를 쓰듯 당일 촬영한 상태를 복기하는 글을 쓴다.” 인간 김동휘의 취미는 필름 카메라 촬영이다. 그는 본인의 인스타그램 메인 계정은 물론, 필름 카메라 업로드용 계정을 따로 운영할 정도로 필름 카메라에 진심이다. “필름 사진을 찍기 시작한 지 6년 정도 됐다. 연극만 좋아하다 학교에서 영화를 배우게 되며 자연스럽게 필름 촬영에 눈을 떴다. 필름 카메라의 정수는 찍은 다음 바로 확인할 수 없다는 데에서 온다. 지금은 누리기 어려운 ‘기다리는 맛’이 있는 셈이다. 그래서 필름을 현상해 사진을 확인할 때면 옛 일기를 꺼내보는 기분이 든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