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아줌마’, 모두를 만족시키며 품위까지 잃지 않는 멋진 의기투합
2023-11-29
글 : 김철홍 (평론가)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아줌마’ 림메이화(훙후이팡)는 이제 곧 1인 가구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 남편과 사별 후 빈자리를 지키고 있던 아들이 독립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이 삶의 유일한 낙인 림메이화는 연말을 기념해 아들과 한국 패키지 여행을 계획하지만, 급작스러운 변수가 발생해 홀로 한국 땅을 밟게 된다. 그런 림메이화를 여행사 가이드 권우(강형석)가 맞이한다. 권우 또한 림메이화만큼 혼돈의 시기를 겪고 있는데, 최근 사채업자로부터 빚을 진 것을 빌미로 가족과 별거를 하고 있어서다. 그렇게 인원 통솔에 집중하지 못하던 권우가 림메이화를 서울의 외딴곳에 홀로 남겨둔 채 떠나는 실수를 하게 된다. 아는 한국말이라곤 드라마에서 여진구 배우를 통해 배운 몇 마디가 전부인 림메이화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넨 사람은 착한 마음씨를 지닌 아파트 경비원 정수(정동환)다. 그런 정수 역시 현재 혼자 쓸쓸한 황혼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허슈밍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아줌마>는 한국과 싱가포르의 첫 합작 영화로, 기본적으론 한 중년 여성이 외딴 나라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 휘말리며 뜻밖의 인연을 만나게 되는 로드 무비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는 K콘텐츠의 위상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한데, 그건 이 영화의 기본 설정이 주로 서구권 국가의 대도시들을 배경으로 한 할리우드영화들을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영화는 서울과 강원도를 비롯해 한국 관객들에게 친근한 공간들에서 진행되며, 그 익숙한 뼈대 위에서 황당하지만 꽤나 납득할 만한 정도의 이벤트를 펼쳐낸다. 이를 통해 전 연령대로부터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요소들이 과하지 않게 드러나며, 결과적으로 영화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부정적인 뉘앙스까지 희석된다. 싱가포르의 국민 배우인 훙후이팡과 베테랑 연기자 정동환의 특별한 케미스트리가 그 비결로 보인다. 특별 출연한 여진구의 존재를 영리하게 활용한 점 또한 돋보이며, 영화에 삽입된 티아라&다비치&씨야가 부른 <여성시대> 역시 적재적소에 활용했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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