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극장판 파워 디지몬 더 비기닝’, 선택받은 아이에서 선택하는 인간으로, 모험이란 끝날 수 없는 것
2023-11-29
글 : 이우빈

도쿄 상공에 미지의 초대형 디지타마(디지몬 알)가 나타난다. 이에 산해(가타야마 후쿠주로)와 브이몬(노다 준코)을 비롯한 <파워 디지몬> 시리즈의 선택받은 아이들이 나선다. 그러던 그들이 루이(오가타 메구미)와 마주친다. 루이는 자신을 디지몬과 파트너십을 맺은 최초의 인간으로 소개한다. <디지몬> 시리즈의 등장 이후 늘 미지의 존재로 남았던 최초의 선택받은 아이가 나타난 것이다. 또 루이는 파트너 디지몬이었던 웃코몬(구기미야 리에)을 자신이 죽였다고 고백한다. 선택받은 아이들은 디지타마와 접촉해 루이의 과거를 직접 체험하기에 이른다. 어릴 적 루이는 가정에서 학대당하던 아이였다. 그러던 루이는 우연히 웃코몬을 만났고, 웃코몬은 친구를 갖고 행복해지고 싶다는 루이의 소원을 들어줬다. 그러나 소원의 방향성은 점차 비뚤어졌고 루이와 웃코몬의 관계는 종결을 맞았다. 이윽고 초대형 디지타마의 정체가 루이의 소원을 다시 들어주려는 웃코몬임이 밝혀진다.

<디지몬 어드벤처 라스트 에볼루션: 인연>의 후속작이다. 전작에서 밝혀진 것은 디지몬과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는 선택받은 아이의 조건이 어린이에게 있는 미래의 가능성이었단 사실이다. 어른이 되어가는 태일이와 친구들은 결국 아구몬 등의 파트너 디지몬과 이별해야 했다. 그렇게 전작이 필연적인 인연의 끝을 애상적으로 그렸다면, 본작은 필연적인 인연의 시작이 무엇이었을지를 거꾸로 탐구한다. 산해와 선택받은 아이들은 자신들이 디지몬과 진정 어린 우정으로 이어져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인간과 디지몬의 마음을 매개하는 디지바이스의 존재가 사실 루이와 웃코몬의 비상식적인 소원으로 만들어졌음이 드러나면서 아이들은 혼란에 빠진다.

‘선택받은’ 아이들이란 단어는 지금까지의 <디지몬> 시리즈를 대표하는 말이었다. 우연히 디지몬과 만난 아이들이 원치 않던 모험과 싸움을 겪으며 점차 선택하는 인간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이 시리즈의 중핵이었다. 본작 역시 마찬가지다. 타의에 의해 만들어진 인연의 끈을 다시금 묶고 자신들의 길로 나아가는 아이들의 선택에 무게를 싣는다. 이러한 본작의 흐름은 전세계 모든 사람이 파트너 디지몬을 갖게 된다는 <파워 디지몬> TVA의 결말로 들어서는 첫 단추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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