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폰과 수경을 쓴 한 중년 여성이 금속 탐지기를 활용해 강 밑바닥을 수색하고 있다. 그의 이름은 예분(김자영). 1년 전 불의의 사고로 중학생 손녀딸을 강에서 잃은 이후 예분은 운영하던 장례식장마저 방치한 채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한다. 그런 예분의 삶에 한 소녀가 등장한다. 손녀와 친구 사이였던 지윤(홍예서)이다. 이제 곧 보호자 없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꾸려가야만 하는 지윤 역시 아직 친구를 완전히 떠나보내지 못한 상태다. 영화는 예분이 찾고 있는 무언가를 지윤이 갖고 있는 듯한 암시를 하고, 그렇게 물비늘에 가려져 있던 사건의 진실이 차츰 수면 위로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홈리스>를 연출했던 임승현 감독의 신작 <물비늘>은 상실 이후를 견뎌내야 하는 남겨진 사람들에 관한 영화다. 영화는 각자가 지니고 있는 죄책감을 어떻게든 흘려보내고자 하는 두 여성의 연대를 담담히 그려낸다. 여러 가지 장르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연출이 특징적이다. 무엇보다 물소리를 포함한 음향효과의 활용이 적절하게 느껴진다. 연극 무대와 영화,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오랜 시간 연기 활동을 이어온 김자영 배우의 꽉 다문 입술과 신예 홍예서 배우의 뒤지지 않는 맞받아침이 강한 인상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