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란티스 왕국의 새로운 왕이 된 아쿠아맨 아서(제이슨 모모아)는 가족들과 함께 크고 작은 소동을 겪으며 평화로운 수중 세계를 살아간다. 한편 세상을 뒤흔들 치명적인 무기 블랙 트라이던트를 손에 쥔 블랙 만타(야히아 압둘 마틴)는 아무도 막을 수 없는 강력한 빌런이 되어 아쿠아맨의 세상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한때 자신을 몰아내기 위해 블랙 만타와 손을 잡았던 이복동생 옴(패트릭 윌슨) 없이는 대적할 힘이 없는 상황. 예기치 못한 위기 속에서 아쿠아맨의 경고음은 쉽게 꺼질 줄 모른다. 난이도가 한층 업그레이드된 빌런의 등장은 자연스레 슈퍼히어로의 능력을 부각시키고, 선악이 각자 펼쳐내는 화려한 수중 액션과 치밀한 전술은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인시디어스> <컨저링> <분노의 질주: 더 세븐> 등 공포물을 가로질러온 제임스 완 감독은 <아쿠아맨>을 통해 고유한 히어로 공식을 완성했다. 전작보다 더 광활해진 세계관을 완성한 제임스 완 감독에게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에 관한 몇 가지 질문을 건넸다.
- <아쿠아맨>이 개봉하고 5년이 지난 지금 후속작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을 선보였다. <아쿠아맨>의 후속작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 <아쿠아맨>을 제작하던 당시 무척 즐거웠다. <아쿠아맨>은 내게 변곡점과 같은 작품이다. 이야기, 캐릭터, 연출 방식 등 그전까지 해온 작품들과 결이 많이 다르다. 그래서 촬영 내내 새롭게 탐험하는 느낌이었다. 특히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은 수중영화를 완벽하게 마무리해줄 거라 믿었다. 두 작품을 동일선상에 두었을 때 커다란 이야기가 완성되도록 하고 싶었다.
- 그렇다면 전작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 전작에서는 관객에게 많은 인물을 소개하는 데 공을 들였다. 관객의 이해를 얻기 위한 빌드업 구간이 중요했다. 그래서 인물, 이야기, 세계관 등을 천천히 설명해야 했다. 하지만 후속작에서는 그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본격적인 이야기에 돌입할 수 있었다. 전편보다 이야기 층위를 다양하게 드러낼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선악 구도, 가족 이야기, 아쿠아맨 개인의 고뇌. 다양한 키워드를 펼쳐냈다. 또 빌런에 있어서도 변화가 생겼다. 전작에서 블랙 만타는 메인 빌런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그를 원작 만화에서처럼 사랑받는 빌런으로 그려낼 수 있을지 고민했고, 자연스레 빌런의 서사를 키우게 되었다. 복수를 넘어서 하나의 인물로서 입체감 있게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게 우리가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을 통해 해내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우려되었던 점은 무엇인가.
= 사람들이 전작의 명랑한 톤 앤드 매너를 정말 즐거워했는지 궁금했다. 1편의 실수나 아쉬움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 이런 고민이 더 컸다. 무엇보다 관객에게 <아쿠아맨>과 다른 방식의 기쁨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더 캐릭터에 집중했다. 아쿠아맨의 여정과 그에게 주어진 다양한 사건 사고를 깊이 파고들었다. 아쿠아맨이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금 인식하게 하고, 왕이란 어떤 미덕과 자격을 요구하는 자리인지 확인하게 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구성했다.
-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에서 아서는 이제 자신의 가족을 꾸렸다. 빌런으로부터 가족을 수호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군분투한다. 영화에서 가족의 중요성을 내세운 이유는 무엇인가.
= 가족은 나에게 굉장히 중요한 주제다. 영화감독으로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다루기도 했다. 세상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이야기도 가장 많은 게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아서의 경우, 두 가지 형태의 가족이 있다. 땅 위에 사는 원가족, 그리고 물 아래에서 사는 자신의 가족. 양쪽 세계의 가족들이 차이를 이해하고 조화를 이뤄가는 과정이 내게 흥미로웠다. 실제로 우리도 그렇잖나. 남편의 가족, 아내의 가족, 또 그 가족들의 친인척까지. 서로 각기 다른 가족들이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면서 하나가 되어간다. 특히나 이복동생의 도움이 절실한 아서의 상황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길 기회를 줄 거라 믿었다.
- 아서는 새로운 왕의 자리에 올랐다. 그를 통해 어떤 통치자의 상을 보여주고자 했나.
= 사실 아서는 마지못해 받아들여진 왕이다. (웃음) 그는 육지 출신이고 아틀란티스 왕국 사람들도 처음에 그를 못 미더워한다. 이러한 불신 속에 아서는 왕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미션을 떠안는다. 그냥 세상을 통치하는 것도 어려운데 자신의 능력과 자질을 증명하기까지 해야 하니 피곤하다. 하지만 아서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구분하는 것은 리더로서 굉장히 중요한 능력이다. 그게 히어로로서 아서가 지닌 힘이다.
- 촬영을 진행하면서 아서를 연기한 배우 제이슨 모모아와 어떤 대화를 나누었나.
= 캐릭터의 성장을 어떻게 보여줄지 가장 오랫동안 이야기했다. 너무 직접적인 것은 세련되지 않은 방식 같았다. 진짜 왕으로 거듭나는 그의 변화를 은유적으로 드러내면서 정교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제이슨 모모아는 자신의 의견과 해석이 뚜렷한 배우다. 그래서 촬영 회차를 거듭할수록 영화 전반에 대한 의견을 조율하기 쉬웠다. 감독으로서도 좋은 경험이었다. 제이슨은 아서에 큰 애정을 갖고 있다. 전작부터 자신을 아서에게 완벽하게 투영시키고 체화시켰다.
- 이번 영화에 감독뿐만 아니라 제작자로도 참여했다. 두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은 어떠했나.
= 모든 영역에 관여하고 디렉션을 준다는 점은 똑같다. 쉽지 않다. (웃음) 하지만 이 두 역할이 크게 상충되거나 서로 다른 가치를 좇는 게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수행할 만했다. 오히려 영화 제작 과정을 더 넓고 크게 바라볼 수 있어 서로를 보완해줬다는 인상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