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풀 다저>
디즈니+ 8부작 / 연출 제프리 워커, 코리 첸, 그라시에 오토 / 출연 토머스 브로디 생스터, 데이비드 튤리스, 마이아 미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신대륙에서도 여전한 디킨스 듀오의 매력.
‘아트풀 다저’로 불리던 과거를 청산하고 호주에서 외과의의 삶을 살아가는 전직 소매치기 잭 도킨스(토머스 브로디 생스터). 도박 빚으로 손목을 잃을 위기에 놓인 그는 타고난 손기술이 선물해준 양극단의 역량을 동시에 발휘하기 시작한다. 재회한 옛 두목 패긴(데이비드 튤리스)과 협업해 부자들의 재물을 훔치는 한편, 최초의 여성 외과의를 꿈꾸는 벨 폭스(마이아 미첼)와 함께 더 효과적이고 안전한 의술을 시도한다. <아트풀 다저>는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의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 속 인물인 아트풀 다저와 패긴을 모티브로 삼는다. 런던 뒷골목에서 좀도둑질로 연명하던 이들은 이민자와 죄수들의 땅이던 호주로 무대를 옮긴다. 원작의 캐릭터성에 의존하지 않고 현대적인 유머 코드를 가미하지만, 그 바탕색은 분명히 디킨스적이다. 당시 최고의 구경거리였던 수술 쇼의 풍경부터 금녀의 구역이던 의학계에 발을 내딛는 여성까지, 근대 의학사를 배경으로 19세기 신대륙의 시대상을 경쾌하게 훑는 <아트풀 다저>는 런던의 빈민에게 따뜻한 눈길을 던졌던 <올리버 트위스트>의 해학을 충실히 계승한다.
<사랑한다고 말해줘>
지니TV, ENA, 디즈니+ 16부작 / 감독 김윤진 / 각본 김민정 / 출연 정우성, 신현빈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 위해 천천히 조심스럽게 나아간다.
승무원을 그만두고 극단 생활 중인 모은(신현빈)은 아직 배우보다는 단역이라고 더 많이 불리는 무명 배우다. 촬영차 제주도를 찾았다가 화가인 진우(정우성)와 거듭 동선이 겹치고 곧 그에게 청각장애가 있다는 걸 알아챈다. 모은이 불이 난 카페에서 그를 구출하면서 둘은 가까워지고 인연은 서울에서도 이어진다.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동명의 1995년작 일본 드라마의 옛날 느낌과 현대 도시의 세련됨이 부드럽게 섞인 작품이다. 바람에 날아가는 스카프와 같은 고전적 소품을 적절히 활용하는 동시에 초고층 건물과 도시인이 즐비한 거리의 풍경을 감각적으로 포착한다.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따뜻한 톤으로 설계된 조명. 얼굴과 공간에 조바심 없이 머무는 촬영이 잔잔한 멜로드라마의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농인과 청인의 특별한 로맨스로 안일하게 빠지는 일이 없이 그들 각자의 인생을 충분히 들여다봄으로써 삶 자체를 이야기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극의 지향점이 인상적이다. 12월12일 기준, 16부작 중 6편까지 공개됐으며 <그 해 우리는>의 김윤진 감독이 연출하고 <구르미 그린 달빛>를 쓴 김민정 작가가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