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트롤: 밴드 투게더’, 너무도 완벽한 오색찬란한 화음
2023-12-20
글 : 김경수 (객원기자)

존 도리, 스프루스, 클레이, 플로이드, 브랜치 다섯 트롤 형제로 구성된 보이밴드 브로존. 한때는 정상급 아이돌이었으나 다이아몬드를 부술 수 있는 완벽한 화음을 불러야 한다는 부담에 무대를 역대급으로 망친다. 맏형이자 리더 존(에릭 안드레)의 독단적인 태도는 갈등에 불을 지피고, 그날 팀은 해체된다. 이후 홀로 남겨진 막내 브랜치는 브로존으로 활동한 과거를 숨기고 살아간다. 그로부터 20년 뒤, 브랜치(저스틴 팀버레이크)는 파피(안나 켄드릭)와 함께 친구의 결혼식에 간다. 그때 20년 만에 나타난 존이 결혼식장에 난입한다. 멤버였던 플로이드가 팝스타 벨벳과 비너에게 납치당해서 다이아몬드 감옥에서 재능을 착취당하는 중이란 것이다. 플로이드를 구하려면 팀을 모아서 완벽한 화음을 내야 한다. 브랜치는 뿔뿔이 흩어진 브로존을 모으기 위해 우여곡절을 겪으며 서서히 닫힌 마음을 연다.

<트롤: 밴드 투게더>는 드림웍스의 뮤지컬 애니메이션 <트롤> 시리즈의 3편이다. 여러 음악 장르간의 유쾌한 충돌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시리즈의 정체성에 맞게 이 영화에도 카밀라 카베요, 트로이 시반, 실크 소닉의 앤더슨 팩 등 팝스타가 대거 성우진으로 참여했다. 한국판에서는 레드벨벳 웬디, 라이즈 은석이 성우로 참여했다. 오색찬란한 비주얼에 눈과 귀가 모두 즐거운 이 영화는 모범적인 가족영화의 길을 따른다. 특히 성인 관객을 사로잡기 위한 90년대 대중문화에 대한 오마주가 눈에 띈다. 엔 싱크나 백스트리트 보이스 등 보이밴드의 음악을 오마주한 O.S.T, <신기한 스쿨버스> 시리즈의 버스가 떠오르는 아르마딜로 버스 론다의 캐릭터 디자인은 그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워너브러더스 산하 애니메이션 제작사 카툰네트워크의 스타일을 오마주하는 허슬 시퀀스도 이런 복고 스타일의 연장에 있다. 그럼에도 <트롤: 밴드 투게더>는 <슈렉> 등에 드러난 드림웍스의 무해한 세계관 반복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진 못한다. 완벽한 화음을 내지 않아도 즐기면 충분하다는 메시지는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가 공감할 만하지만 전형적이다. 게다가 갈등이 너무 쉬운 방식으로 해결되고, 팝스타로 등장하는 빌런은 평면적으로 그려져서 극적인 긴장감을 일으키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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