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0년. 일상의 모든 분야에서 인간과 안드로이드가 뒤섞여 살아가는 화성의 수도 노티스. 한 성격하는 알코올중독 탐정 알린 루비(레아 드루커)와 그의 안드로이드 파트너 카를로스 리베라(다니엘 엔조 로베)는 부유한 사업가 크리스 로이 데커(마티외 아말릭)의 요청으로 실종 사건을 맡는다. 사라진 이는 명문 사립대학에서 인공두뇌학을 공부하던 여학생 준 초우. 사건을 파헤쳐나가는 과정에서 알린과 카를로스는 준이 부패할 대로 부패한 화성 문명을 파괴할 수 있는 열쇠를 가진 중요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를 노리는 정체 모를 괴한의 무차별 공격이 이어지고, 알린과 카를로스는 준의 복제 레프리컨트를 이용해 그녀의 기억을 소환해내기로 한다.
<블레이드 러너>(1982)에서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레플리컨트 레이첼(숀 영)의 트레이드마크인 잔뜩 부푼 앞머리를 그대로 따라한 알린. 사고로 죽기 전 인간이었던 시절의 기억을 그대로 저장하고 살아가는 안드로이드 카를로스. <공각 기동대>(1995) 특유의 디스토피아적 그래픽 화풍, <아키라>(1988)식의 박진감 넘치는 추격 장면, 준을 매섭게 추격하는 액체 금속 로봇(<터미네이터2>(1991)), 기억 소환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회사(<토탈 리콜>(1990))까지. 텔레비전 성인 애니메이션 시리즈 <라스트 맨>으로 탄탄한 팬층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제러미 페린 감독은 그의 첫 장편애니메이션 <화성 엑스프레스>에서 사이버펑크 장르의 주옥 같은 걸작들에 노골적인 오마주를 보낸다. 프랑스 언론 사이에서는 “프랑스 SF영화의 가장 큰 성공작 중 하나”(주간지 <르푸앙>), “이 작품 이후 프랑스 SF는 절대 이전과 같을 수 없다”(영화 전문지 <프리미어>), “증강(augmented) SF의 카탈로그 같은 작품”(일간지 <르몽드>) 등과 같은 호평이 대부분이지만, “걸작들의 영향에 질식해서 정체성이 흐려진 작품”(영화 비평 사이트 ‘크리티카’ )이라는 혹평을 피해갈 순 없었다. 칸영화제,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등 유수의 국제영화제에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은 <화성 엑스프레스>는 11월23일 개봉 첫주에 4만9천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프랑스 전국에선 아홉 번째로, 파리에선 다섯 번째로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이것은 프랑스의 척박한 성인애니메이션 시장을 고려할 때 매우 이례적이고 놀라운 스코어다. 1980~90년대 사이버펑크 장르의 팬이라면 절대 놓쳐선 안될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