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연기는 내 삶의 동력이자 양식”, 연기 이력의 정점에서 떠난 배우 이선균
2023-12-29
글 : 김소미
사진 : 백종헌

배우 이선균이 향년 48살로 생을 마감했다. 유서를 남긴 채 연락이 두절되자 매니저가 경찰에 신고했고 12월27일 오전 10시30분께 서울 종로구 인근에 주차된 본인의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의 결정으로 부검은 진행하지 않는다.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12월29일 발인, 장지는 수원시연화장이다. 배우자인 배우 전혜진이 상주로 빈소를 지키는 가운데 영화·드라마 동료들의 침통한 발걸음이 잇따랐다. 배우 이선균은 올해 4월 개봉한 컬트 코미디 영화 <킬링 로맨스>로 팬덤의 지지를 불러냈으며 5월에는 칸영화제에 두편의 주연작 <잠>과 <탈출: PROJECT SILENCE>(이하 <탈출>)로 초청받아 가족과 동행했다. <탈출>은 그가 중심에서 이끌고 가는 첫 텐트폴 블록버스터영화다. 지난 10월7일, 시카고 아시안팝업시네마영화제 최우수 성취상 수상자로 선정돼 미국을 찾은 당시에 남긴 생전 마지막 인터뷰를 통해 그는 “제 삶의 동력과 양식을 주는 것이 연기다. 어떻게 보면 (지난 경력이) 내 일기 같다. 앞으로 또 다른 일기를 잘 써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선균은 지난 10월24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향정·대마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뒤 세 차례 소환 조사를 받았다. 간이시약 검사와 정밀검사는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가 사망함에 따라 마약 투약 혐의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다. 고인은 10월28일 1차, 11월4일 2차, 12월23일 3차 조사 당시 이른바 ‘포토라인’ 앞에 섰다. 3차 소환은 변호인을 통해 비공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경찰 수사 사건의 공보 규칙에 어긋난다는 지적과 함께 11월24일 유흥업소 실장 A씨와의 통화 내용이 지상파 전파를 타면서 온라인상으로 퍼져나간 것에 대한 여론의 비판도 커지고 있다. 장례 중 유서 내용 일부가 보도되고, 유튜버가 빈소에 난입하자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가 추가 입장문을 내는 등 고인의 죽음은 사후에도 과열 경쟁으로 윤리가 녹슨 미디어의 현주소와 무관하지 않았다.

아직 개봉하지 않은 고 이선균 배우의 영화는 두편이다. 김태곤 감독의 <탈출>에서는 대교 위에서 재난 상황을 마주한 대통령 보좌관을 연기했다. 유작은 2022년 촬영을 마친 추창민 감독의 <행복의 나라>(가제)로, 배우 조정석, 유재명과 호흡을 맞췄으며 한국 현대사의 파고를 통과하는 강직한 군인 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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