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울산의 별', 우리는 모두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2024-01-24
글 : 김현승 (객원기자)

윤화(김금순)는 남편의 사고사 이후 울산의 한 조선소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나간다. 갑작스럽게 정리 해고 대상이 된 그녀에게 악재가 겹친다. 윤화의 아들이자 집안 장손 세진(최우빈)이 그녀 몰래 전 재산을 비트코인에 투자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친척들은 어려워진 사정을 핑계대며 문중 땅을 빼앗으려 한다. 윤화의 남편 기일에 맞춰 등장인물 모두가 울산에 모이며 영화가 막을 올린다.

<울산의 별>은 여성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부조리한 사회의 모습을 드러낸다. 계급을 다루는 여느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영화에 발생하는 사건의 원흉은 대부분 돈이다. 하지만 <울산의 별>은 전형적인 ‘사회고발 독립영화’의 틀 안에 머물지 않는다. 독특한 소재나 플롯 구조를 활용하는 건 아니다. 작품의 참신함은 같은 도시 안에서도 각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인물들간의 차이에 있다. 남편을 배웅하는 아내를 보며 인혁(도정환)이 내뱉는 불만이 대표적이다. “전근대적이야.” 젠더 고정관념은 구시대적 삶을 강요한다. 남녀를 나눈 밥상이 등장하며 성을 둘러싼 벽은 더욱 견고해진다. 짧은 머리를 한 채 거친 언행을 일삼으며 남편의 일을 대신하는 주인공 윤화는 이 경계에 선 인물로 볼 수 있다.

21세기에 빠르게 확산된 인터넷은 세대간 갈등을 부추긴다. 가상 화폐로 수익을 낸 세진은 건실하게 일하는 어머니를 결코 이해할 수 없다. 그에게 “울산에서는 조선소가 최고”라는 조언은 새로운 시대에 도태된 노인의 말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뷰티업에 종사하며 SNS에 쇼츠 영상을 올리는 딸은 어머니에게 ‘철없는 아이’처럼 보였을 것이다. 성별과 나이는 물론 처한 환경마저 제각각인 가족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는 데 실패한다. 영화는 배려가 결여된 이들이 모인 울산을 차츰 기울어가는 공간으로 묘사한다. 젊은이들은 모두 서울로 떠나고 건물과 오피스텔은 죄다 공실이다. 전체주의적 시스템이 성실한 노동자의 생계를 위협하며 뒤통수에 칼을 꽂는 일마저 발생한다. 촬영지의 로컬성을 강하게 드러내면서도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점을 짚어낸 점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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