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데드맨’, 공들인 세계를 좀 더 펼쳐 보였다면
2024-02-07
글 : 이유채

파산 직전의 중년 이만재(조진웅)는 돈이 간절하다. 곧 아버지가 되기 때문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불법 장기매매 현장에 갔다가 명의(名義)를 팔아서도 돈을 벌 수 있단 얘기에 솔깃해 바지 사장 일을 시작한다. 이후 7년간 잘나가는 대표님 소리를 듣지만 갑작스레 1천억원 횡령 사건의 범인이란 누명을 쓰고 사망 처리된 뒤 중국 사설 감옥에 감금된다. 어느 날, 감옥을 찾아온 정치 컨설턴트 심 여사(김희애)로부터 정계로 흘러갔을 1천억원을 찾는 일에 협조하면 구해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거래를 수락한 뒤 귀국한 이만재는 자신 때문에 아버지가 죽었다는 희주(이수경)를 만난다. 돈의 행방을 밝혀야만 명예 회복도, 아버지의 복수도 가능하단 생각에 둘은 임시 동맹을 맺고 거대 경제 범죄 사건을 파헤친다.

<데드맨>은 봉준호 감독이 만든 <괴물>의 공동 각본을 쓴 하준원 작가의 연출 데뷔작이다. 감독은 이름에 담긴 좋은 뜻대로 살지 못하는 사람, 자기 이름을 스스로 더럽히는 사람, 이름을 지키려는 사람 등 이름을 주재료로 조형한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고루 묶어 통제 불가능한 인간사를 조망한다. 그와 동시에 영화는 검은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추격전과 심리전을 영리하게 교차시킨 범죄극으로서도 기능한다.

<데드맨>을 연출한 하준원 감독은 만재와 희주가 팀을 이뤄 사건의 배후에 가까워지는 과정을 액션 신을 중심으로 펼치고 심 여사 파트를 김희애 배우가 좌중을 휘어잡는 독백 신으로 채움으로써 정반대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다만 과도한 설명식 전개가 아쉽다. 만재가 누명을 쓰게 된 경위에서부터 횡령 사건의 전말과 진범이 드러나는 순간까지 결정적 순간을 인물들의 긴 대사로 요약하거나 속보성 기사로 처리한다. 그로 인해 세 주연배우가 활약할 수 있는 범위도 극히 줄어들어버렸다. 상당한 취재력이 엿보임에도 설득력 부족으로 겉도는 바지 사장의 세계는 미진함을 남긴다. 그럼에도 <데드맨>은 ‘이름에 걸맞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관객에게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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