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의 스파이가 주인공인 소설 <아가일>이 베스트셀러에 올라 행복한 집필 생활을 하던 중, 엘리(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는 우연히 마주친 에이든(샘 록웰)에게서 자신이 스파이들의 표적이 됐다는 말을 듣는다. <아가일> 속 상황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것이 그 이유다. 모두의 시선이 쏠린 마지막 챕터를 완성하기 전, 레전드 스파이 아가일(헨리 카빌)을 찾기 위해 엘리는 에이든과 손잡는다. <킹스맨> 시리즈의 연출자답게 매슈 본 감독은 에스피오나지물의 클리셰를 완벽히 소화해 배치하고 동시에 비튼다. 액션 신의 경우, 같은 상황에서 이상적 스파이인 아가일과 현실 스파이 에이든의 차이를 교차편집으로 보여준다. 흐트러짐 없는 액션의 정수와 수염이 뜯기고 허리를 다치는 인간적인 빈틈이 번갈아 펼쳐지는 식이다. ‘소설이 현실이 된다’는 영화의 전제는 그 소설이 아직 완성 전이라는 점에서, 스파이 세계의 집필자이자 관조자였던 엘리가 창조된 세계의 일원으로 변모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워진다. 그러나 후반부가 예측 가능하게 흘러가면서 초중반부의 리듬이 와해돼 아쉽다. <킹스맨>의 백미 중 하나였던 매슈 본의 B급 유머 또한 이 작품에선 사족처럼 느껴지곤 한다. 그럼에도 적절한 무게감을 유지한 준수한 스파이물이다.
씨네21
검색관련 영화
관련 인물
최신기사
-
[인터뷰] 배우의 역할은 국경 너머에도 있다 TCCF 포럼 참석한 네명의 대만 배우 - 에스더 리우, 커시 우, 가진동, JC 린
-
[인터뷰] ‘할리우드에는 더 많은 아시아계 프로듀서들이 필요하다’, TCCF 피칭워크숍 멘토로 대만 찾은 미야가와 에리코 <쇼군> 프로듀서
-
[기획] 대만 콘텐츠의 현주소, 아시아 영상산업의 허브로 거듭나는 TCCF - 김소미 기자의 TCCF, 대만문화콘텐츠페스티벌 방문기
-
[비평] 춤추는 몸 뒤의 포옹, <아노라> 환상을 파는 대신 인간의 물성을 보여주다
-
[비평] 돌에 맞으면 아프다, <아노라>가 미국 성 노동자를 다루는 방식
-
[기획] 깊이, 옆에서, 다르게 <아노라> 읽기 - 사회학자와 영화평론가가 <아노라>를 보는 시선
-
[인터뷰] ‘좁은 도시 속 넓은 사랑’,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개막작 <모두 다 잘될 거야> 레이 영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