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이 된 동춘(박나은)은 국영수를 기본으로 창의과학, 태권도, 미술, 코딩, 페르시아어까지, 학원 스케줄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막연한 미래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저당잡힌 여느 초등학생의 단상을 보여준다. 반 친구들의 말도 시답잖게 들리던 어느 날, 수련회로 떠난 숙소에서 동춘은 우연히 막걸리를 만나게 된다. 거품 터지는 소리로 자기에게 특정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동춘은 막걸리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귀 기울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가 보낸 메시지가 로또 당첨 번호를 담은 모스부호란 걸 알게 되면서 동춘은 누가 선택하지 않은 자기만의 길을 결정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는 통통 튀고 개성 넘치는 상상력을 따뜻하게 풀어내면서도 어린이 교육 현장의 문제의식을 정확하게 전달한다. 어른들의 선택이 곧 자신의 결정이 되는 어린이들의 사회적 한계를 명확하게 드러내면서 시나브로 변화를 촉구한다. 특히 외계인, 모스부호, 상상 속 몬스터 등 SF적인 장치를 통해 문제의 무게를 가볍고 경쾌하게 조절한 감독의 노력이 눈에 띈다. 11살 동춘을 아직 성년이 되지 않은(미성년) 미완의 관점이 아닌, 자신의 선택과 결정의 의지가 있는 인격체로 접근한 영화의 태도도 훌륭하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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