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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리뷰] '로기완'
2024-03-01
글 : 정재현

넷플릭스 | 영화 / 감독 김희진 / 출연 송중기, 최성은, 조한철, 김성령, 서현우 / 공개 3월1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이국에서 무의미하게 되풀이되는 비가

로기완(송중기)은 중국을 떠나온 탈북자다. 그는 어머니(김성령)를 안타까운 사고로 떠나보낸 후, 삼촌(서현우)의 도움으로 벨기에에 도착해 난민인정을 신청한다. 하지만 기완은 2월에 있을 난민 심사 전까지 잘 곳도 일할 곳도 없는 브뤼셀에서 혹독한 날씨와 인종차별을 견뎌야 한다. 어느 날 기완은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벨기에 국적의 한국인 마리(최성은)를 만난다. 마리는 한때 촉망받는 사격선수였지만 가족에게 받은 상처로 방황 중이다. 돌아갈 곳이 없는 남자와 돌아갈 수 없는 여자는 점차 가까워진다.

조해진 작가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가 원작이지만 <로기완>은 소설과 전혀 다른 길을 걷는 듯한 인상이다. 소설 속 로기완은 1인칭 서술자인 방송작가 ‘나’에 의해 그려지던 객체였다. 하지만 영화 속 로기완은 수모와 고역 속에 살아가는 주체다. 소설에 등장하지 않은 캐릭터 마리는 기완과 쌍을 이루며 엄혹한 세상 속 외로운 영혼을 표상한다. 다만 두 캐릭터가 겪는 여러 수난은 제시되는 횟수에 비해 이들이 비극에 놓여야 할 궁극의 당위성을 제공하지 못한다. 러닝타임 내내 반복되는 두 남녀의 고통은 두 캐릭터가 지닌 입체성마저 평면화한다. <로기완>의 가장 큰 매력은 영화의 이국성이다. 이 낯섦은 대부분의 로케이션을 헝가리에서 진행한 프로덕션 때문만은 아니다. 숏 구성과 배치 그리고 일관된 채도의 톤 구현 등 기존의 한국영화와 다른 무언가를 보여주려 한 연출의 고민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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