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밥 말리: 원 러브’, 그의 삶보단 다소 안전하게 꾸려진 정석의 음악영화
2024-03-13
글 : 이우빈

<밥 말리: 원 러브>는 레게 음악으로 고국 자메이카의 평화와 세계의 화합을 이끌었던 뮤지션 밥 말리의 일대기를 그린다. “밥 말리의 시작은 더없이 초라했다”라는 자막을 통해 1945년생인 밥 말리의 유년기와 청년 시절을 축약한 영화는 그의 마지막 전성기라 할 1976년부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로부터 1978년까지의 일이 중심으로 그려지되 몇번의 플래시백을 통해 그의 과거를 조명하기도 한다. 레게 뮤지션으로 잘 알려진 그의 공적인 삶뿐만 아니라 어릴 적 백인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던 상처, 아내 리타와의 사랑 등 그의 삶에 걸친 개인사가 밝혀진다. 1976년에 이미 세계적인 스타였던 밥 말리는 정치적 대립과 물리적 충돌이 극에 달했던 고국에서 공연 ‘스마일 자메이카’를 진행한다. 그러나 그는 공연 전에 한 청년의 총격을 받고 가까스로 공연을 끝낸 후 영국으로 거주지를 옮긴다. 이후 런던과 파리 등 유럽을 오가며 20세기 최고의 앨범 중 하나로 꼽히는 《Exodus》를 발표하고 유럽과 미국, 아프리카를 포괄한 전세계적 투어 공연을 진행한다. 이윽고 그는 평화 콘서트를 다시 열어달라는 자메이카인들의 성원 속에 자메이카로 돌아와 갈등에 치닫던 정당의 대표를 한 무대에 올리는 데 성공한다.

정석적인 방식으로 한명의 음악인을 다룬 작품이다. 시기적으로 그의 활동에 가장 많은 풍파가 있던 1976~78년을 배경으로 삼으면서 밥 말리의 걸출한 성과들을 두드러지게 제시하는 전략을 택한다. 이를테면 “<타임>이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앨범인 《Exodus》”가 어떤 영감으로 만들어졌으며 어떤 과정으로 완성됐는지를 설명하는 식이다. 동시에 평화·사랑·통합의 메시지를 던지기에 주저하지 않았던 사회적 인물로서의 밥 말리를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밥 말리: 원 러브>가 택한 밥 말리의 수식어는 ‘메신저’다. 1930년대 자메이카에서 나타난 종교인 라스파타리를 적극적으로 설파하며 흑인 인권 신장에 힘썼던 그는 “세상엔 신의 메시지가 필요”함을 계속 말하면서 자신에게 음악이란 신의 교리를 전하는 메시지라 주장한다. 이윽고 그의 아내 리타는 아예 “메시지의 전달자가 그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밥 말리라는 이름을 하나의 음악가나 전도사를 초월한 평화의 상징으로 격상한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메시지가 직관적이고 뚜렷한 만큼 <밥 말리: 원 러브>의 극 구성은 그다지 독특하지 않다. 일견 침착한 다큐멘터리의 톤에서 밥 말리를 다루다 보니 <보헤미안 랩소디> 등 비슷한 영화에서 봤던 음악영화의 장점들은 사그라들었다. 리타 말리와 지기 말리 등 밥 말리의 실제 가족이 영화 제작 및 검수에 직접 참여했다. 때문에 밥 말리라는 시대의 아이콘을 더 확장시키지 못한 채 가족의 시선에서 다소 얌전하고 안전하게 다루는 데 그쳤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 고통이 당신 힘의 원동력이야.”

1976년 피습 이후 밥 말리는 아무리 노력해도 끊이지 않는 자메이카의 정치·사회적 위기를 접하며 더욱더 상처받는다. 음악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단 확신에도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이때 그는 아내 리타에게 “내 마음도 못 다스리는데 어떻게 평화를 이룰 수 있겠냐”는 아픔을 토로하고 리타는 위와 같이 답한다. 불우한 어린 시절과 고난 가득한 동시대를 겪고 있으면서도 그것에 처절하게 반작용하려던 의지가 밥 말리의 진정한 힘이었음을 말한 것이다.

CHECK POINT

<아임 낫 데어> 감독 토드 헤인스, 2008

음악영화라고 거칠게 묶이긴 하지만 실존했던 음악가를 다루는 영화의 방식이란 천차만별이다. <밥 말리: 원 러브>가 대개 평이하고 침착한 정석의 방식으로 밥 말리를 다뤘다면 <아임 낫 데어>는 적극적인 상상력으로 뮤지션 밥 딜런을 재창조한 영화다. 후대가 보는 밥 딜런의 특질을 7명의 인물과 7개의 이야기로 나눠 진행하면서 밥 딜런의 정체성을 복합적이고 신선하게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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