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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스코프]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기자간담회 및 GV 스코프, 질주와 동시에 세계관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진다면
2024-04-19
글 : 박수용 (객원기자)

5월 개봉을 앞둔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이하 <퓨리오사>)의 조지 밀러 감독이 지난 4월14일과 15일 한국을 방문했다. <매드맥스> 시리즈의 5번째 작품이자 전작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프리퀄인 <퓨리오사>는 그간 주인공 맥스의 방랑을 쫓던 시리즈의 항로를 잠시 떠나 전작에 등장한 정의의 여전사 퓨리오사의 성장담을 그린다. 이틀간의 내한 일정 중 15일 오전에 열린 푸티지 상영회와 기자간담회, 이어 전날인 14일 저녁에 열린 스페셜 GV 현장을 전한다.

푸티지 상영회에서는 <퓨리오사> 본편 중 발췌된 5분여의 클립 두편이 선공개됐다. 퓨리오사의 어린 시절을 그리는 첫 번째 푸티지에는 임모탄과 연료 배급 협상을 시도하는 바이크 갱단의 두목 디멘투스(크리스 헴스워스)가 등장했다. 녹색의 땅을 침략해 퓨리오사의 어머니를 살해한 그의 전사가 언급되며 호기심을 자극했다. 두 번째 푸티지는 그로부터 몇년 후의 장면으로, 퓨리오사(애니아 테일러조이)가 임모탄의 손아귀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시퀀스의 일부분을 담았다.기자간담회에서 조지 밀러 감독은 “한국 사람들이 영화에 관해 정말 많은 걸 알고” 있어 놀라웠다며 첫 내한 소감을 전했다. 최종 믹싱 작업 중이라는 그는 영화제작 개봉 후에도 “관객들의 반응으로 지속”되며 “관객을 통해 존재 이유를 얻는” 연속적인 과정이라 말했다. 전작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기존 시리즈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관객들에게도 호평받은 점에 대해서도 “관객들이 표면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층위에서 담론을 나누고 공감해줘서 보람차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핵전쟁 이후를 배경으로 한 <매드맥스>의 황량한 세계관이 점점 “판타지가 아니라 다큐 같다”는 반응이 생길 정도로 현실의 기후변화는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 조지 밀러 감독은 “모든 스토리는 결국 우화적이고 메타포적”이라는 말로 현실과 영화의 상호작용을 설명했다. “우리는 좋든 싫든 대재앙적인 수준의 기후 위기를 겪고 있고, 때문에 (그것들이) 이야기에 담기는 것 같다.” <매드맥스> 시리즈의 장르적 특성에 대한 고민에서도 그의 주안점은 이야기성이었다. “스토리를 만들 때 항상 머릿속에 인물들이 서로 엮이며 작용하는 수많은 과정을 상상한다. 영화가 눈으로 보는 음악 같다고 생각한다.” 기존 작들과 <퓨리오사>의 가장 큰 차이점을 짚어달라는 질문에는 “직전작은 3일간의 이야기를, <퓨리오사>는 18년의 세월을 다룬다”며 “인물간의 상호작용이 많아 대사도 많고 스타일적으로도 독특한, 시리즈의 기존 팬들에게는 생경하면서도 좋은 영화”일 것이라 밝혔다.

전일 김중혁 소설가의 진행으로 개최된 GV에는 봉준호 감독이 대담자로 참여했다. 봉준호 감독은 “<옥자> 때 함께한 조감독이 조지 밀러 감독과 일한 적이 있어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라며 두 감독 사이의 인연을 설명했다. 조지 밀러 감독은 “내가 유일하게 편집을 맡은 영화가 <퓨리오사>인데 편집 기술을 봉준호 감독에게 배웠다”며 화답했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의 조지 밀러 감독은 한국을 방문해 푸티지 상영회와 봉준호 감독과의 GV 행사 등에 참여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매드맥스> 삼부작의 광팬”이었다는 봉준호 감독이 꼽은 <매드맥스> 시리즈의 매력은 “멈출 수 없이 폭주하는 에너지”였다. “(조지 밀러 감독이) 의사로도 일했는데, 정적이고 차분한 의술과 <매드맥스>의 속도감에는 차이가 있다. 혹시 영화에 영감을 주는 다른 취미가 있나. 카레이싱같이. (웃음)” 조지 밀러 감독은 이에 “나는 아주 천천히 운전하고, 내연기관 대신 전기차를 탄다”며 재치 있게 답한 후 “버스터 키턴 등 무성영화의 움직임을 공부했다”고 영화 속 에너지의 뿌리를 설명했다. 그는 익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순수한 영화적 언어의 측면에서는 액션이야말로 시네마를 정의하는 장르라 믿는다”며 액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현미경 관찰부터 인구통계학까지 사람을 모든 관점에서” 살피는 의사의 직업성도 영화제작의 자양분이 되었다 한다.

시리즈를 관통하는 역동성은 후속작들에 이르러 더욱 원숙하게 제어되기 시작한다. 봉준호 감독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성취로 “운동의 이미지 자체가 내러티브를 지배하고 스토리텔링을 성립하게 하는 방식”을 꼽았다. 조지 밀러 감독은 영화제작 기술의 발전에 공을 돌렸다. “디지털시네마와 케이블 와이어 등의 도구 덕분에 더 안전하게 액션 신을 만들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액션과 이야기가 번갈아 제시될 것이 아니라 ‘질주와 동시에 세계관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질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이해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GV 말미, 봉준호 감독은 조지 밀러 감독이 연출가로서 도달한 경지를 상찬하며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초반의 모래폭풍 시퀀스에서 압도적인 “영화적 고양감”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조지 밀러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작풍에 대한 감상을 통해 “순수한 영화적 언어”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부연했다. “‘일본 사람들이 자막 없이 내 영화를 보더라도 이해할 수 있게 만들고 싶다’던 히치콕의 말을 좋아한다. <기생충>을 비롯한 봉준호 감독의 작품들은 영화언어를 통해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다룬다. 그렇기에 한국 사회의 구체적인 이야기가 전세계인에게 맞닿을 수 있는 비유적이고 초월적인 힘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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