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오수경의 TVIEW] ‘기생수: 더 그레이’
2024-04-19
글 : 오수경 (자유기고가)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에서 새진 교회 신도이자 경찰인 강원석(김인권)은 ‘인간의 머리’를 차지하려는 목사 권혁주(이현균)를 점령한 기생생물과 한패가 되기를 선택한다. 혁주가 계획한 대로 차기 대선후보의 머리만 차지하면 출세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기생생물이 인간의 몸에 기생하는 듯하지만, 인간의 형상을 한 원석은 살아남기 위해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킨다는 면에서 기생생물에 가깝다. 한편 기생생물 ‘하이디’는 정수인(전소니)의 몸을 차지하지만, 마트 고객의 습격에 치명상을 입고 죽기 직전인 수인이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다가 머리를 점령할 타이밍을 놓쳐 오른쪽 얼굴에만 기생하는 ‘변종’이 된다. 변종은 기생생물 세계에서 동족이 될 수 없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마트에서 캐셔로 일하며 홀로 살아가는 수인도 인간 세계에서 환영받지 못 하는 변종이긴 마찬가지. 이 둘을 돕는 설강우 (구교환)도 변종에 가까운 인물이다. 그렇게 세 변종은 ‘공생’하며 위험으로부터 서로를 지킨다. “인간도 기생을 합니다”라는 혁주의 말처럼 <기생수: 더 그레이>는 인간이 기생하여 살아가는 사회를 ‘조직’이라 부른다. 혁주와 원석이 정복하려는 조직은 “다수의 인간들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희생시”키고 “소수의 변종을 비정상이라” 여기는 힘의 세계다. 반면 수인과 하이디, 그리고 강우의 세계는 ‘공동체’에 가깝다. 공동체에서는 “누군가에게 먼저 손 내밀 줄 아는” 연약하고 불완전한 변종들이 서로 도우며 공생한다. 그렇게 드라마는 두 세계를 대비시켜 인간 사회(조직)의 모순과 폭력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질문하게 한다. 기생할 것인가, 공생할 것인가. 글자 하나만 바꾸어도 타인과 세계는 다르게 이해된다.

CHECK POINT

“정체불명의 기생생물이 한국에 떨어진다면…?”이라는 질문을 “기생생물 드라마를 한국에서 만든다면…?”으로 바꾸면 어떨까? ‘K드라마’화된 <기생수: 더그레이>는 하이디와 수인이 한몸에서 공생하는 것처럼 한국 사회의 특징인 정, 집단주의, 가족애, 종교 등이 얽혀 있다. 이런 익숙한 설정이 드라마가 흥행한 이유이자, 어쩔 수 없는 한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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