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이자연의 TVIEW] 선재 업고 튀어
2024-04-26
글 : 이자연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임솔(김혜윤)은 비관적인 나날을 보내며 주변인들과 불협화음만 자아낸다. 자신을 향한 위로는 오만처럼 느껴지고 누군가의 웃음소리는 속 편한 비아냥으로만 들린다. 어느 날 라디오 방송국으로부터 무작위로 걸려온 전화를 받기 전까지 그는 어둡고 음습한 터널을 혼자 통과해갔다. 아이돌 류선재(변우석)의 이야기를 들은 게 그때다. 이렇게 살아 있어준 것만으로 고맙다고, 살다보면 사는 게 괜찮아지는 날이 올 거라는 진심 어린 말에 솔은 선재의 팬이 된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2023년, 삶을 다루는 솔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인턴 면접에서 떨어졌어도 “건물 계단만 아니었어도 딱 붙는 건데!” 하고 마음을 다잡고, 이동이 불편한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다 류선재 콘서트에 늦었을 때에도 스태프에게 자신의 장애를 활용한 묘한 호소를 펼친다(결과적으로 콘서트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홀로 떼창을 부르기까지 한다). 하이틴 드라마에 명랑한 여자주인공은 필수 요소이지만 <선재 업고 튀어>는 그것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조명한다. 가슴 깊은 곳에 자리한 애수를 받아들이고 홀로 침잠한 끝에 완성한 자기 의지적 희망. 슬픔을 견뎌본 자만이 할 수 있는 응원의 말과 생의 가치를 아는 태도. <선재 업고 튀어>가 장애, 우울, 고립, 자살 등 묵직한 소재를 극 안에 들이면서도 학원물의 가벼운 무드를 지닐 수 있는 건 여자주인공이 타고난 대로 밝은 모습이 아닌, 가장 어두운 시간을 딛고 일어난 이유 있는 명랑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시청자는 구조적으로 솔의 비애를 안다. 과연 임솔은 선재를 구원할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하더라도 그는 또 슬픔을 성실하게 이겨내겠지만.

CHECK POINT

임솔은 상당히 명민한 전략가 면모를 보인다. 타임 리프한 과거에서 미래를 언급하면 갑자기 시간이 멈춘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엄마한테 혼나기 직전 미래의 소식을 외치며 방으로 도망갈 시간을 번다(연예인 누구랑 누구랑 결혼한대!). 꼼수 왕, 잔머리꾼, 잔꾀 대마왕. 너무 귀여우니까 일단 임솔 업고 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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