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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리뷰] ‘올 오브 어스 스트레인저스’, ‘베이비 레인디어’, ‘종말의 바보’
2024-05-03
글 : 김경수 (객원기자)
글 : 조현나

<올 오브 어스 스트레인저스>

디즈니+ | 감독 앤드루 헤이그 / 출연 앤드루 스콧, 폴 메스컬, 제이미 벨, 클레어 포이 / 공개 4월24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탐미적 우울을 그리는 올해의 힙스터픽 퀴어영화

백색소음 기계라도 틀어두어야 할 정도로 지독한 적막으로 가득한 런던의 작은 아파트. 그곳에 홀로 살며 시나리오를 쓰는 애덤(앤드루 스콧)은 유년기를 보낸 고향을 오간다. 그곳엔 어머니가 항상 옛모습 그대로 그를 기다리고 있다. 어느 날 밤 술에 취한 이웃 해리(폴 메스컬)가 방문한다. 첫눈에 애덤이 자신과 같은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아챈 해리는 그에게 저돌적으로 다가간다. 애덤은 처음에는 해리의 열정적 사랑을 부담스러워 밀쳐내다가 점점 깊은 사이가 된다. 그는 평생을 클로짓 퀴어(숨은 퀴어)로 살았던 유년기의 상처를 해리와 나누고자 그의 고향으로 함께 간다. 애덤이 고향이라고 생각한 집은 사실 아무도 살지 않은 빈집이었다.

<올 어브 어스 스트레인저스>는 <45년 후> <린 온 피트> 등에서 캐릭터의 깊은 감정을 섬세히 포착하는 연출력을 선보인 앤드루 헤이그의 신작이다. <주말>(2011) 이후 오랜만에 퀴어영화로 복귀한 이번 영화에서도 그의 장기는 어김없이 살아난다. 외로움으로 가득한 애덤의 무의식을 대사나 설명으로 풀어나가는 대신에 앰비언트 음악과 몽환적 연출, 쓸쓸한 풍경을 통해 드러낸다. 애덤의 부모를 유령으로 설정해 그가 홀로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해리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을 담아낸 것도 인상적이다. 인물의 복잡한 심리를 포착한 앤드루 스콧과 폴 메스컬의 호연 또한 영화에 생명력을 더한다. 다만 감독의 오리지널리티가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살갗에 어슴푸레 비치는 푸른 다운톤의 조명은 <문라이트>, 쓸쓸한 대도시의 풍경은 차이밍량의 초기작, 유령과 비선형적인 시간은 아피찻퐁 위라세타꾼 영화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주며 기존 퀴어영화를 재조립한 듯한 인상을 남는다. /김경수 객원기자

<베이비 레인디어>

넷플릭스 | 감독 리처드 개드 / 출연 리처드 개드, 제시카 거닝, 나바 마우, 샬롬 브룬 프랭클린 / 공개 4월11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자기혐오의 수렁에 빠진 이를 구해줄 올해의 사이코드라마

도니(리처드 개그)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꿈을 이루려 런던에 상경했다. 그는 무명 신세를 면치 못해 전 여자 친구의 집에 얹혀사는 처지다. 어느 날 그가 일하는 술집에 추레한 모습의 마사 스콧(제시카 거닝)이 방문한다. 그는 그녀에게 술 한잔을 주는 친절을 베푼다. 그날부터 마사는 도니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며 그에게 하루에 수백통의 이메일을 보내기 시작한다. 그는 마사가 스토킹 혐의로 감옥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안 다음에도 연민을 느껴 그녀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 그러나 마사의 스토킹으로 그의 일상과 인간관계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도니는 그 과정에서 자신의 망가진 내면을 마주하기 시작한다. <베이비 레인디어>는 스코틀랜드 출신 작가이자 배우 리처드 개드가 자신의 스토킹 피해 경험을 바탕으로 쓴 동명 연극을 각색한 자전적 드라마다. 내레이션을 통한 안정적인 전개와 현란한 극작술, 도니와 마사를 연기한 두 배우의 호연이 인상적이다. /김경수 객원기자

<종말의 바보>

넷플릭스 | 12부작 / 연출 김진민 / 출연 안은진, 유아인, 전성우, 김윤혜 / 공개 4월26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정해진 결말. 무엇으로 과정을 채울 거냐고 묻는다면

평범한 중학교 교사였던 세경(안은진)은 복수를 준비 중이다. 탈옥수 폭동으로 인해 가르치던 학생들이 목숨을 잃거나 인신매매의 피해자가 됐기 때문이다. 이를 주도한 배종수를 처단하고 남은 아이들을 지키는 것이 세경의 목표다. 극의 배경이 되는 가상 도시 웅천시는 현재 아포칼립스를 앞둔 상태다. 한반도가 소행성과 지구 충돌의 중심지로 예고된 후 계엄령이 내려졌고, 안전한 국가로 떠나거나 집에 남아 일상을 영위하는 이들로 혼란스럽기 이를 데 없다. 재난물의 극적 전개에 초점을 맞추면 아쉬움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종말의 바보>는 소행성 충돌 200일을 앞두고 예견된 끝을 향해 가는 사람들의 선택을 바라보는 작품이다. 유흥을 즐기거나 어수선한 틈을 타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들 가운데에서도 타인을 위하고 선의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등장인물들이 많아 극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 것이 아쉽다. /조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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