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미셸 시망 지음 / 김호영 옮김 / 마음산책 펴냄
“켄 로치보다 덜 교조적이고 미하엘 하네케보다 덜 이론적이며 마이크 리보다 덜 일화적인 이들의 영화는 진실주의와 사회주의 그리고 정신주의가 결합된 영화적 전통을 이어간다.” 프랑스의 영화사가인 뱅상 로위는 <다르덴 형제>의 서문에서 다르덴 형제의 영화를 이렇게 말했다. 관객을 극도로 자극하면서도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그들의 영화 세계에 대해 10년간 인터뷰를 지속해 이 책을 엮은 사람은 <포지티프>의 편집장을 지낸 영화평론가 미셸 시망이다. <더 차일드> <로나의 침묵> <자전거 탄 소년> <내일을 위한 시간>에 대한 긴 대화가 차례로 등장하고, ‘영화수업-응시하는 카메라’라는 제목으로 실린 글에서는 프랑스의 한 대학에서 열린 행사에서 오간 이야기가 실렸다. 어쨌거나 이 인터뷰집은 미셸 시망의 결코 짧지 않은 질문들도 새겨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내일을 위한 시간>에 대한 인터뷰는 영화의 주요 사건을 연상시키는 실제 사건을 다룬 글과 어느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시작한다. 마리옹 코티야르를 처음 만났을 때는 여성 의사에 대한 이야기를 염두에 두었는데 2008년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여성 노동자가 주인공이 되었고, 배우들이 참여하는 리허설은 매일 있었다. 리허설한 대로 영화를 찍기만 하면 되는가? “리허설이 어떠했든 간에 촬영 첫날에는 아주 중요한 일이 일어납니다. 촬영 당일에는 순간의 마법이라고 부르는 것이 일어납니다.”(장 피에르 다르덴) 관객이 공감하고 함께 여행할 수 있는 신체들을 영화 안에 존재하게 하기 위해, 그 신체의 존재감을 위해 리허설을 한다는 말이다. 그들의 영화가 사회파 영화라는 대목에서는 비토리오 데시카의 <자전거 도둑>이 함께 언급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영화감독으로서 저희는 등장인물과 같은 눈높이에 위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장 피에르 다르덴) “등장인물들은 저희의 대변인이 아니죠.”(뤽 다르덴) 홀로이면서 연대하는 이들의 이야기. 다르덴 형제의 영화를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들을 잔뜩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어느 꼭지부터 읽기 시작해도, 다르덴 형제의 영화들을 다시 차근히 보고 싶어지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