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현실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전 인류와 생명체를 위협하는 긴급한 사안에 대해 힘을 합쳐 방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거대 기업을 위한 지도자를 지지해선 안됩니다. 원주민 생태변화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 우리 자녀들과 아이들의 미래에 관심을 가진 사람, 탐욕스러운 정치인들에 의해 입막음당한 사람, 이런 사람들을 대변할 수 있는 지도자를 지지해야 합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를 당연하게 여기지 마십시오. 저도 오늘 밤 이 자리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겠습니다.” 환경단체의 기조연설이나 유엔의 환경 관련 포럼의 발표가 아니다. 2016년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수상 소감이다.
사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남우주연상 수상 여부는 그해 아카데미의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징크스라고 해도 좋을 만큼 번번이 눈앞에서 좌절된 그의 간절한 염원이 이번에는 이뤄질지에 많은 이들의 기대가 모였다. 하지만 인간 디캐프리오의 염원은 배우로서의 영광 너머에 있었나보다. 6번의 노미네이트 끝에 일궈낸 감개무량한 수상 순간 디캐프리오는 개인적인 감격보다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오던 지구온난화 문제를 언급했다. 할리우드 스타로서 자신의 영향력과 아카데미에 쏠린 관심을 십분 활용해 환경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것이다. 웅대한 자연을 배경으로 한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으로 이만큼 적절하고 기억에 남는 이벤트도 드물지 않을까 싶다.
<씨네21> 1458호는 21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스페셜 에디션으로 준비했다. 한권을 통째로 영화제에 집중하는 건 <씨네21>도 그간 해본 적 없는, 모험적인 시도다. 용기를 낸 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도전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환경문제만큼 모두가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이슈도 드물다. 알고 있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아무것도’란 표현이 다소 과격했다면, ‘아주 천천히’ 바뀌고 있다고 해두자. 문제를 인지했는데도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 이유는 여전히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기후 위기는 가짜’라는 거짓 선동이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우리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이럴 때야말로 영화가 필요하다. 호소하는 매체로서 영화가 지닌 파괴적인 힘이, 오늘날의 환경 위기를 머리로 이해하는 것에서 가슴으로 공감하는 쪽까지 확산시킬 수 있으리라 믿는다. 물론 모든 걸 다 알 필요는 없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조차 아직 바꾸지 못한 걸 평범한 우리가 한번에 바꿀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중요한 건 그저 오늘의 한 걸음, 시작의 첫걸음이다. 0과 1의 차이. 있고 없고의 차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의 차이. 이번주 <씨네21>은 서울국제환경영화제와 함께, 아니 독자 여러분과 함께 작게나마 한 걸음 나아가려 한다.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그리며 오늘을 파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