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조반니(난니 모레티)가 5년 만의 신작을 준비 중이다. 그가 만드는 영화는 1956년 헝가리 혁명을 소재로 한 시대극이다. 조반니는 모처럼의 연출작을 위해 로케이션 헌팅에 심혈을 기울이고 소품의 디테일에도 혼신의 힘을 쏟는다. 하지만 조반니를 둘러싼 제반 환경이 그의 열정을 뒷받침해주지 못한다. 아내이자 제작자인 파올라(마르게리타 부이)는 조반니의 프로덕션과 동시에 다른 작품 제작에도 열의를 쏟는다. 음악감독을 맡은 딸 엠마(발렌티나 로마니)는 자기보다 한참 나이 많은 남성과 열애 중이다. 출연배우 베라(바르보라 보불료바)는 감독과 배역에 대한 해석이 상충하고 또 다른 제작자인 피에르(마티외 아말릭)는 실적이 의심스럽다.
<찬란한 내일로>는 자연히 영화의 감독 난니 모레티를 조반니 캐릭터에 겹쳐 관람할 수밖에 없는 영화다. 난니 모레티의 본명이 조반니 모레티고 그간 쓰고 연출한 작품에서 이탈리아의 사회적, 정치적 모순을 비판한 모레티의 일관된 메시지가 ‘영화 속 영화’인 시대극에도 녹아 있기 때문이다. 조반니가 털어놓는 영화론은 1970년대부터 영화를 만들고 제작해온 감독의 강변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이따금 대사 이외의 요소로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연출의 수는 정말 없었을지 의문이 피어난다. 그럼에도 시대극을 연출하는 조반니의 서사, 별개의 영화처럼 편집된 시대극, 카메라 뒤에서 조반니의 서사를 쓰고 연출한 모레티와 시대극을 연출한 모레티까지, <찬란한 내일로>는 네개의 렌즈로 작품을 독해하는 즐거움이 있고 어떤 관점을 경유해도 해석의 아귀가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