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스>
넷플릭스 | 감독 브래드 파이튼 외 / 출연 제니퍼 로페즈, 시무 리우, 마크 스트롱, 아브라함 포폴라/ 공개 5월24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영화라기보다 SF영화로 하는 콜라주 놀이
때는 AI가 고도로 발달해 인간과 공생하는 먼 미래. 악의에 물든 AI 로봇 할란 셰퍼드(시무 리우)가 이끄는 AI의 반란으로 인류는 멸종 직전에 다다른다. 그는 원래 과학자 발 셰퍼드의 딸인 아틀라스 셰퍼드(제니퍼 로페즈)를 돌보는 가정부로 일했으나 어떤 이유로 악의에 물들어 발을 살해했다. 그는 반란을 일으키던 중 다른 행성으로 떠난다. 더 큰 일이 있으리라는 경고와 함께. 그로부터 28년 뒤 지구에 잠입한 할란의 부하 카스카(아브라함 포폴라)가 지구에서 체포당한다. 아틀라스는 그 소식을 접한 뒤 할란을 체포하는 작전에 자원한다. 할란의 행성에 도착한 아틀라스는 자신과 할란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기억하기 시작한다. 그 기억은 차츰 아틀라스의 숨통을 조인다. 〈아틀라스>는 〈램페이지>를 연출한 브래드 페이턴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신작이다. 익숙한 장르적 설정을 재조립하는 B급 감성에 충실한 감독의 전작과 달리 사뭇 진지한 톤이다. 다만 이 변신이 성공적이진 않다. 우선 세계관이 헐거운 데다가 플롯마저 1940년대 펄프 SF 소설을 보는 듯한 기시감을 지우기가 힘들다. 비주얼도 독창적이지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블레이드 러너>와 같은 여러 고전 SF의 미장센을 아무런 맥락 없이 짜깁기하는 데 그친다. 〈그래비티>를 모방한 듯 극한의 외부 상황을 거쳐 한 캐릭터의 무의식을 드러내는 서사도 이입이 힘들뿐더러 설득력이 없다. 제니퍼 로페즈가 고군분투하지만 헐거운 캐릭터 설정을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인간과 AI와의 애증을 담는 문제의식 또한 피상적이다. 액션으로 완성도를 보완하려 하나 이마저 일본 메커닉 애니메이션과 <스타워즈>에서 본 듯한 진부한 동선으로 가득 차 있다
<쥬라기 월드: 카오스 이론>
넷플릭스 | 감독 로버트 브릭스 외 / 출연 폴 미켈 윌리엄스, 숀 지암브론, 라이니 로드리게즈 / 공개 5월24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쥬라기 월드보다 혼란스러운 21세기를 탐방하다
다리우스 보우먼(폴 미켈 윌리엄스)은 6년 전 쥬라기 월드에서 공룡의 습격에서 살아남기 위해 함께 동고동락했던 누블라 식스 멤버들과의 기억을 종종 되새긴다. 멤버 중 브루클린이 알로사우루스의 습격으로 죽었으며 그 후 멤버가 뿔뿔이 흩어졌기 때문이다. 어느 날 밤, 벤 핀커스(숀 지암브론)가 급히 다리우스의 집을 방문해 브루클린의 죽음에 배후가 있으며 누군가 누블라 식스를 죽이려 한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쥬라기월드: 카오스 이론>은 전작 <쥬라기 월드: 백악기 어드벤처>처럼 공룡을 오락적인 요소로 잘 활용하며, 캐릭터 각자의 트라우마와 복잡한 드라마를 다루는 데에도 흠잡을 데가 없을 정도로 능숙하다. 무엇보다 오락성에 집중한 전작과 달리 음모론과 불신, 혐오가 팽배한 동시대의 감수성을 영화 속 서스펜스로 그려낸 것도 눈여겨볼 만한 지점이다. 작은 에피소드로 동물권 등 교훈적인 청소년 드라마로의 완성도도 빼어나다.
<좋아해도 싫어하는>
넷플릭스 | 감독 시바야마 도모타카 외 / 목소리 출연 도미타 미유, 오노 겐쇼, 다나카 미오 / 공개 5월24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지브리 + 신카이 마코토 ÷ 4 + 디즈니 한 스푼
남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숫기 없는 소년 히이라기는 우연히 거리에서 흰머리 소녀 츠무기를 돕는다. 츠무기의 정체는 사라진 어머니를 찾으러 온 요괴(오니)다. 히이라기는 츠무기와 친구로 지내면서 자신의 몸이 차츰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그즈음 커다란 용이 나타나 히이라기와 츠무기의 생명을 위협한다.
<좋아해도 싫어하는>은 스튜디오 지브리 출신 감독 영화다운 동화적인 설정이 돋보이는 영화다. 그에 비해 완성도가 다소 미흡한 편이다. 우선 지브리와 신카이 마코토 재난 3부작을 그대로 복사한 듯한 비주얼과 연출, 캐릭터가 영화의 오리지널리티를 의심하게끔 만든다. 캐릭터디자인은 정갈한 편이지만 모에 요소나 매력이 부족해 두 성우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감정이 이입되지 않는다. 서사구조 또한 헐겁기 그지없다. 특히 세카이계 설정은 그 어떤 감정적 파동도 남기지 않으며 낡은 클리셰로만 재활용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