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오수경의 TVIEW]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2024-05-31
글 : 오수경 (자유기고가)

초능력이 대물림되는 복씨 집안의 아들 복귀주(장기용)는 과거로 회귀하는 능력을 가졌지만 행복했던 순간으로만 돌아갈 수 있을 뿐 과거를 바꿀 수는 없다. “나만 행복한 시간은 진짜 행복이 아니란 걸” 알게 된 귀주는 타인을 돕기 위해 소방관이 된다. 그러나 딸 이나(박소이)가 태어나던 날, 자신과 업무를 바꿔준 선배가 학교에 난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다. 선배뿐 아니라 “내가 부모가 되던 날 수십명의 부모가 아이를 잃은” 그날 이후 귀주는 선배를 살리기 위해 끊임없이 과거로 돌아간다. 그러는 사이 그의 ‘현재’는 망가지고, 아내마저 교통사고로 잃는다. 그 사건으로 귀주는 세상과 단절한 채 살게 된다. 귀주의 우울증을 시작으로 엄마 복만흠(고두심)은 불면증에 걸려 예지몽을 상실하고, 누나 복동희(수현)는 고도비만 때문에 비행술을 쓸 수 없게 된다. 즉 우울증, 불면증, 고도비만이라는 ‘현대인의 질병’에 걸려 초능력을 잃게 된 것이다. 이런 복씨 집안의 재산을 노리고 ‘사기꾼’ 도다해(천우희)가 접근한다. 신기하게도 귀주의 잃어버린 능력은 다해를 통해 되살아나고, 귀주는 ‘과거’를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드라마는 아버지가 남긴 빚과 (세월호 참사를 생각나게 하는) 참사 트라우마로 인해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린 채 희망 없이 살아가는 다해, 소중한 이들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행복을 잃어버린 귀주,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며 투명인간처럼 살아가는 이나, 뚱뚱한 외모 때문에 자신을 학대하며 사는 동희 등을 통해 상실감, 죄책감, 소외감, 가족으로 인한 상처 등 질병의 원인에 관해 이야기한다. ‘히어로는 아니지만’ 행복을 바라며 서로를 구원하고자 애쓰는 것. 거기서 희망은 시작된다.

CHECK POINT

‘혈연’ 관계지만 행복을 잃어버린 초능력 가족과 ‘비즈니스’ 관계지만 은근하게 끈끈한 사기꾼 가족의 대비도 흥미롭다. 이 두 가족은 서로를 이용하기 위해 만나지만, 차츰 가족으로서 마음을 주고받는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행복한 현재’를 위해 과거를 바꾸려는 평범한 히어로들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현대인이 잃고 사는 ‘가족’과 ‘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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