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쓰고자 한 글과 쓴 글을 가능한 한 닮게 만들려는 노동이다. 여기에는 필연적인 틈새가 발생하기 마련인데, 대체로 머릿속의 이상을 눈앞의 현실이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상상의 지평선을 훌쩍 넘기는 무언가에 당도하기도 한다. 2009년 <씨네21> 영화평론상을 수상하며 영화평론가로 데뷔한 뒤 2012년부터 <씨네21> 기자로 활동하다 2023년에 편집장이 된 송경원의 첫 평론집 <얼룩이 번져 영화가 되었습니다>가 출간됐다. 기자와 평론가 사이에서 그가 찾아낸 영화 글쓰기의 해법은 어떤 것이었는지 만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의 글을 오랫동안 읽어온 독자로서 첨언하자면, 만화, 애니메이션(<바람이 분다> <3월의 라이온> <환상의 마로나>)과 게임에 대해서라면 그의 분석은 언제나 좋은 읽을거리가 된다. 이 책에 실린 글 중에서 <덩케르크> <1917>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탑건: 매버릭> 같은 액션 혹은 전쟁영화에 대한 글은 놓치기 아깝다. 불완전하고 흔들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당대의 엔터테인먼트를 오늘의 눈으로 읽어낸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얼룩이 번져 영화가 되었습니다>에 실린 글을 읽는다는 것은 2020년대 시네필의 고민과 두려움을 공유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시네마라는 단어는 조롱 반 진정성 반의 상징적 단어가 되었고, 영화 관람이라는 행위는 극장의 대형 스크린이 아니라 손바닥에 놓인 스마트폰의 화면으로 축소된 듯 보일 때도 있다. 이런 시대에 영화를 보고 글을 쓴다는 건 어떤 의미일지에 대해, (기존 발표된 글을 묶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신기하게도 반복해 질문하고 답한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서사는 늘 빈약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덩케르크>는 왜 영화라는 매체가 전쟁에 반복되어 매혹되는지를 ‘영화적 움직임’이라는 시각으로 읽어낸다. 이 영화에서 “무성영화 시대의 움직임”을 읽어내는 순간은 다시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 <아이리시맨>에 대한 글은 유머를 구사하는 데는 재능이 없어 보이는 이 저자의 글 중에서 비교적 웃음기를 띠고 읽을 수 있는 글로, 졸음으로 무력해졌던 관객도 “시간이 필요한 이 고전적인 연출”이라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지에 대해 감동하게 만들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