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ULTURE 스테이지] 사이먼 스톤 연출 ‘벚꽃동산’
2024-06-14
글 : 정재현

미국으로 떠났던 재벌 3세 송도영(전도연)이 딸 강해나(이지혜)와 함께 귀국해 집으로 향한다. 도영의 집은 일본의 유명한 건축가의 작품으로 16살 생일에 아버지에게 받은 선물이다. 가족과의 반가운 해후도 잠시, 대를 이어 세습된 송씨 가문의 기업은 무능한 오빠 송재영(손상규)의 경영 실책으로 파산 위기에 처한다. 송씨 가문의 운전기사로 복무했던 아버지를 둔 사업가 황두식(박해수)은 도산을 막을 방법으로 벚꽃 동산의 재개발을 제안한다. <사이먼 스톤 연출 ‘벚꽃동산’>은 안톤 체호프의 희곡 <벚꽃동산>을 대극장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공연의 제목에 유명 연출가의 이름을 명기한 것은 괜한 공치사가 아니다. <사이먼 스톤 연출 ‘벚꽃동산’>은 작품의 연출이자 각색 작가인 사이먼 스톤의 필치가 고전을 통제해 레지테아터(Regie-Theater, 연출가가 시대와 배경 설정을 자유로이 바꿀 수 있는 연출가 중심의 무대.-편집자)로 재창조한 사례다. 19세기 말 자본주의의 등장을 외면하다 몰락한 봉건지주 라네프스카야와 가예프는 군사정권에 부역해 부를 축적해온 재벌가의 후손 송도영과 송재영으로, 농노해방령 이후 신흥 자본가로 거듭난 로파힌은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 성공한 사업가 황두식으로 각색됐다. 등장인물들이 파티 때마다 소주를 마시고 갤러리아 백화점의 라운지를 언급하는 로컬라이징은 언뜻 체호프의 원작이 지닌 주제의식을 경량화한 듯 보인다. 하지만 시간과 대륙을 건너 당도한 <사이먼 스톤 연출 ‘벚꽃동산’>은 19세기 말 러시아의 사회 모순을 적시한 체호프의 텍스트와 마찬가지로 산업화 이후 한국 사회가 뿌리뽑지 ‘않은’ 여러 부조리를 희비극의 문법을 빌려 현대적으로 풀어낸다. 원작에 비해 훨씬 더 명료한 캐릭터성을 보이는 조연 캐릭터들의 활약 또한 주목할 만하다.

기간 6월4일~7월7일

장소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

시간 화~금 오후 7시30분, 토~일 오후 3시, 월 공연 없음

등급 중학생이상관람가

사진제공 LG아트센터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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