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의 아이콘이었던 이소룡은 네편의 영화만 남기고 서른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서구 사회는 여전히 쿵후영화를 원했고, 넘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홍콩영화계는 묘수를 떠올렸다. 바로 이소룡의 외형이나 무술 실력이 유사한 배우들을 섭외해 아류작을 양산하기로 한 것. 미얀마, 중국, 한국, 태국 등에서 등장한 이소룡의 클론들은 마피아와 스파이더맨 심지어 고릴라에 맞서 싸웠다. 전문가들은 브루스 리의 이름을 빌려 기괴한 멀티버스를 만들어낸 하위 장르들을 브루스플로이테이션(Bruceploitation)이라 명명한다. 데이비드 그레고리 감독의 <이소룡-들>은 1970년대 영화산업에서 벌어진 파격적인 현상을 들여다본다. 영화는 모방 배우들의 증언에 귀를 기울인다. 이소룡에서 홍금보와 성룡으로 이어지는 무술영화의 계보에서 <이소룡-들>은 지워진 수백편의 모작들의 역사도 선명하게 기록하려는 노력의 결실을 선보인다.
씨네21
검색관련 영화
관련 인물
최신기사
-
[CULTURE 스테이지] ‘킹키부츠'
-
[이자연의 TVIEW]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
[OTT 리뷰] <전부 애거사 짓이야> <카오스> <괴물: 메넨데즈 이야기>
-
‘그 시절의 나(들)에게’, 소설가 정이현의 <비포> 시리즈 에세이
-
[비평] 누벨바그의 유령과 멜랑콜리, 이지현 평론가가 바라본 <국외자들>
-
[인터뷰] 에드워드 양이 남긴 7개의 여의주를 모으듯이, <독립시대> 수입한 이창준 에이썸 픽쳐스 대표
-
(재)발견의 영화관으로 오세요 - 미개봉 구작 예술영화부터 재개봉 영화까지, 해외영화 개봉의 어떤 흐름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