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WHO ARE YOU] ‘선재 업고 튀어’ 배우 송건희
2024-07-04
글 : 이유채
사진 : 백종헌

<선재 업고 튀어>팀이 푸켓 포상 휴가에서 돌아온 뒤 만난 송건희는 조금 탔다며 웃어 보였다. 극 중 소녀들이 ‘우윳빛깔 김태성’이란 피켓을 들고 열광하던 ‘얼짱’의 청초한 얼굴만큼은 여전했다. <선재 업고 튀어>에서 송건희는 선재(변우석)와는 다른 순정남을 연기했다. 김태성(송건희)은 고등학교 밴드부 에이스였던 2008년에서든 형사가 된 2023년에서든 임솔(김혜윤)에 대한 마음을 시크한 웃음 안에 숨긴 채 좋아하는 여자의 행복을 빌어주었다. 시청자는 삼각관계의 긴장감과 또 다르게 즐길 만한 로맨스 서사를 책임지면서도 메인 커플의 사랑에 훼방놓지 않는 이성적인 서브남주에 열광했다. “계획적이고 완벽주의적 성향이 강한” 송건희는 자기만의 캐릭터 구축법에 맞춰 작품을 준비했다. 여기서 구축법이란 “나름의 서사를 만들어서 스스로를 납득시켜야 하는 작은 역할을 하던 시절”에 만들어놓은 방식이다. 그는 “대본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며 떠오른 태성이의 이미지를 2008년, 미소, 연약함 같은 키워드”로 우선 정리했다. 그다음엔 “태성이의 서사와 나의 삶을 나란히 놓고 대본을 반복해서 읽으며 태성과 나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았다. 자신에게 없는 부분은 레퍼런스로 채워나갔다.

“밉지 않은 허세는 <나의 소녀시대>의 왕대륙, 장난기 어린 순수함은 <상견니>의 허광한, 능글맞음은 <주토피아>의 닉”을 참고했다. 2개월간의 준비 기간을 거친 뒤 현장으로 간 송건희는 “태성은 현재에서 2008년으로 타임 슬립한 솔이의 시점에서 보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 시대의 느낌은 살리되 괴리감이 들지 않도록” 신경 썼다. 예컨대 “네가 내 별이다!”처럼 의도된 인터넷소설풍의 대사는 “최대한 담백”하게 뱉으려고 노력했다. 복잡한 타임라인을 가진 작품에서 캐릭터의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한쪽 입꼬리만 올리거나 코웃음치는 듯 웃는 법, 뒤끝을 끄는 말투 등 태성이스러운” 자잘한 포인트를 만들어두었다. 큰 그림과 디테일을 모두 고려하며 작품과 캐릭터의 의도를 정확하게 표현할 줄 아는 배우 송건희는 <선재 업고 튀어>의 인기 요인을 막힘없이 설명했다. “요즘 현실에서 찾기 힘든 순애보적인 사랑과 누구나 꿈꾸는 판타지를 잘 표현했고, 2030 시청자가 과거를 소환할 수 있는 매개체를 충분히 담았기 때문에 많이들 재밌게 봤다고 생각한다.”

사실 송건희는 포상 휴가 이전부터 <선재 업고 튀어>와의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름을 알린 <SKY 캐슬>을 찍을 때, “한없이 빠져드는 성격”상 캐릭터와 자신을 제대로 분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자식 성적에 집착하는 부모 밑에서 심신이 망가진 서울의대 합격생 영재를 연기하는 동안 송건희는 “그 인물처럼 살아보는 위험한 선택”을 내렸다. “일이 있는 날을 제외하곤 두달가량을 집 밖으로 안 나갔다. 방 안에 틀어박혀 일기만 썼다. 해소할 데 없는 영재의 갑갑함을 알 것 같았고 실제 연기할 때 도움도 됐으나 이건 아니라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는 접근법을 바꿨다. 첫 주연작 <최종병기 앨리스>에서 트라우마를 남에게 맞는 것으로 잊으려는 고교생 서여름 역을 준비하는 동안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사람들의 인터뷰 영상을 찾아보고 그 마음을 분석하며” 냉철하게 접근했다. 폭력적인 소년원의 세계를 다룬 첫 장편영화 출연작 <크리스마스 캐럴>을 촬영할 당시에는 “현장에서 즐겁게 지내고 친구들과도 자주 만나며” 환기의 시간을 필수로 가졌다. 이제 송건희는 “나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을 최우선에 두고 연기한다.

어릴 적 송건희는 어른들에게 ‘쟨 뭐 하느라 저렇게 바쁠까?’ 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소년이었다. 월화, 수목, 금요 스페셜, 주말 드라마를 다 챙겨보고 극장에서 혼자 영화 보는 시간이 더없이 소중했던 그에게 연기는 “늘 꿈꿔왔던 분야”다. 배우하고 싶다는 얘길 입 밖으로 꺼낼 자신이 없어 장래 희망이 영화감독이라고 말해왔지만 고등학생 때 큰 용기를 내 연극반에 들어갔다. 무대에서 “이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라는 걸 깨닫고서는 연기 전공으로 세종대 영화예술학과에 진학했다. 2017년 웹드라마 <플랫>으로 데뷔한 뒤, 태성이처럼 좋아하는 것에 있어 구분을 두지 않았다. 연극(<알 앤 제이>)과 뮤지컬(<태양의 노래>)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무대와 매체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배우가 되는 것”이 그의 장기적인 목표다. 직접 “감독님과 작업하고 싶다는 메일을 수차례 보냈던” 데이미언 셔젤의 작품에 출연하는 것도 꿈 중 하나다. 송건희의 또 다른 정체성은 기록하는 사람이다. 일기를 쓰고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자신의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에 이따금 글과 영상을 올린다. 인스타그램과 X, 최근엔 팬덤 플랫폼 버블도 시작해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애초에 “그때그때의 나의 얼굴과 열정을 매체에 남기고 싶다는 열망” 때문에 배우가 되고 싶기도 했다. “추억의 한 페이지를 계속 늘려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송건희는 올해 하반기를 팬과 함께하는 시간으로 채워나갈 예정이다. “<선재 업고 튀어> 덕분에 오랫동안 나를 좋아해주신 팬들에게 보답할 기회가 생겼다. 팬미팅에서든 예능프로그램에서든 얼굴을 자주 보이겠다. 무엇보다 도전적인 차기작을 얼른 선택해 ‘열일’하겠다.”

FILMOGRAPHY

영화

2022 <크리스마스 캐럴>

드라마

2024 <선재 업고 튀어> 2023 <조선변호사> 2022 <최종병기 앨리스> 2020 <쌍갑포차> 2020 <미씽: 그들이 있었다> 2019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1 2019 <녹두전> 2018 <하찮아도 괜찮아>(웹드라마) 2018 <SKY 캐슬> 2017 <플랫>(웹드라마) 2017 <헬로, 스트레인저>(웹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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