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을 미(微) 나아갈 진(進).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큰 사람이 될 거라는 의미로 지어진 이름. 그러나 96년생 이미진(정은지)은 나아가기는커녕 8년을 꼬박 ‘공시생’으로 지낸다. 그러는 사이 능력은 ‘만렙’이 되었으나, 자신감은 바닥을 쳤다. 그러던 어느 날 또 시험에 떨어진 것도 모자라 사기까지 당한 미진은 우연히 어떤 고양이를 만나게 되고 다음날 아침 ‘50대’의 몸으로 깨어난다. 낮에는 50대 여성으로, 밤에는 20대 여성인 본래 몸으로 살게 된 것이다. 절망하던 미진은 경력 단절자 채용 공고 현수막을 보고 “제대로 된 직장 한번 못 다녀보고 서른을 넘는 거는 고단한 내 20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실종된 이모의 이름을 빌려 서한 지방검찰청 시니어 인턴이 된다. 20대 여성 ‘취준생’은 사회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고 50대 여성 ‘아줌마’는 쉽게 무시당했지만, 20대의 체력과 지력과 멘털을 가진 50대 여성 임순(이정은)은 달랐다. ‘그 나이답지 않게’ 일을 잘한다는 평가 속에 시니어 인턴계의 전설이 되어 실무관으로 승진한다. <낮과 밤이 다른 그녀>는 그렇게 하나의 몸을 공유하게 된 20대와 50대 여성을 중심으로 한 판타지물이다. 여기에 삼각관계 로맨스, 마약 수사와 의문의 연쇄 실종 사건이 복잡하게 얽혔다. 물론 드라마의 결정적 매력은 임순에게서 나온다. 미진은 남의 몸을 빌려서라도 일하고 싶은 취준생의 잃어버린 사회적 효능감을, 임순은 중년 여성의 잃어버린 사회적 존재감을 ‘일심동체’로 구현하며 활약한다. 그래서일까? 로맨스 장면보다 임순이 댓글 알바 경력을 살려 초고속으로 사건 판례를 정리하거나, 이른바 ‘MZ어’를 완벽하게 통역하여 사건 조사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거나, 회식 자리에서 <Mr. Chu>를 완벽하게 부르는 등 여성 혹은 ‘아줌마’를 향한 편견과 조롱을 깰 때 더 설렌다. 미진이 나아가지 못한 시간은 임순을 통해 흘러가고, 실종된 임순의 멈춘 시간은 미진을 통해 되살아난다.
Check Point
미진과 임순의 활약과 더불어 드라마는 미진의 이모 ‘임순’을 포함한 연쇄 실종 사건과 맞물려 흘러간다. 이 사건이 미진의 신체 변화와 계지웅 검사(최진혁)의 어머니와 어떻게 연관되는지, 이 사건 해결에 미진과 함께 채용된 시니어 인턴들은 어떻게 활약할지, 앞으로 미진의 몸은 어떻게 될지 남은 회차에 풀어야 할 이야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