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가장 브라이언(조엘 키너먼)에게 크리스마스이브는 악몽이 됐다. 갱단의 총격전으로 어린 아들은 목숨을 잃었고, 범인을 뒤쫓다 자신마저 치명상을 입고 목소리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삶의 의미를 상실한 브라이언은 고민 끝에 복수를 결심한다. 갱들과의 전면전을 위해 와신상담의 시간을 보내던 그에게 마침내 아들의 기일인 크리스마스이브가 다가온다. 20년 만에 할리우드에 복귀한 오우삼 감독의 신작 <사일런트 나잇>은 처음부터 주인공의 목소리를 소거하는 과감한 선택에서 출발한다. 아들의 죽음을 향한 아버지의 분노는 대사 없이도 충분히 묘사할 수 있다. 영화는 평면적인 인물들을 곳곳에 배치해 무언의 복수극을 향한 초석을 다졌다. 문제는 한마디의 말보다 더 가볍게 휘둘리는 액션의 강도다. 침묵하는 인물의 깊은 원한을 대변해야 할 총칼은 맥없이 흩날린다. 무언의 복수극이라는 기치에 어울리지 않게 옅은 액션 시퀀스는 방법론에 대한 짙은 의문을 남긴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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