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웨이 아웃: 더 룰렛
디즈니+, U+모바일tv / 8부작 / 연출 최국희, 이후빈 / 출연 조진웅, 유재명, 김무열, 염정아 / 공개 7월31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불러 모은 구경꾼들을 어떻게 잡아둘지가 관건
형사 백중식(조진웅)은 동료들에게 요즘 집에 무슨 일이 있느냐는 얘길 자주 듣는다. 투자 사기를 당한 뒤 돈 좀 꿔달라는 말을 밥 먹듯이 하고 다니던 어느 날, ‘귀 잘린 남자’(이광수) 사건 현장에서 10억원이 든 돈가방을 얻는 행운을 만난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뿐 골치 아픈 수사 대상인 ‘가면남’의 영상에서 돈가방에 새겨져 있던 문양을 발견하고는 심란해진다. 한편 룰렛을 돌려 베팅 대상과 배상액을 결정하는 걸로 화제가 된 가면남은 얼마 뒤 게임을 재개한다. 출소를 앞둔 흉악범 최국호(유재명)를 죽이면 200억원을 주겠다는 그의 영상이 퍼지자 전국이 사냥의 흥분으로 들썩이기 시작한다.
7월31일부터 매주 2회씩 공개되는 <노웨이 아웃: 더 룰렛>은 일단 시청자를 들끓게 만드는 일에 집중한다. 1화에서는 하늘에서 지폐가 쏟아지는 장면과 200억원이라는 범접할 수 없는 금액으로 유혹한 뒤 2화에서는 최국호가 얼마나 죽여 마땅한 인물인지를 상세히 묘사해 자극한다. 백중식을 최국호의 담당 형사로 설정함으로써 돈에 대한 욕망이 누구보다 큰 인물이 그 욕망을 채울 기회 앞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시청자가 긴장감을 가지고 지켜보게 한다. 배경을 만들고 인물을 소개하는 초반이라 할지라도 어수선한 연출과 편의적인 각본은 다소 아쉽다. 잦고 긴 경찰 동료끼리의 사담이나 간부 회의 장면, 뉴스 패널로 출연한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작품의 기동력을 떨어뜨린다. 개성 강한 캐스팅으로 알려진 작품인 만큼 앞으로 등장할 배우들이 그 자체로 관람 포인트다. 정치생명 연장에만 관심 있는 시장을 연기한 염정아와 킬러로 분해 처음으로 한국 작품에 출연한 허광한을 포함해 김무열, 김성철, 이광수가 어떠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지 기대감을 높인다. /이유채
도쿄 사기꾼들
넷플릭스 / 7부작 / 연출 오네 히토시/ 출연 아야노 고, 도요카와 에쓰시, 릴리 프랭키, 이케다 에라이자 / 공개 7월25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수백억 부동산은 훔치는데 관객의 마음은 못 훔친다
최소 수천만엔이 오가는 부동산 사기는 프로 중의 프로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지면사는 미스터리한 리더 해리스를 중심으로 캐스팅, 법무, 정보, 위조, 교섭 등 분야별 프로가 모인 부동산 사기꾼 크루다. 해리스에게는 위험한 한탕주의에 빠져 있다는 단점이 있다. 어느 날 수백억엔의 가치가 있는 빈 절터가 해리스의 눈길에 들며 지면사는 위험한 계획에 연루된다. 교섭 담당 타쿠미는 그 계획을 진행하는 동안 잊은 과거를 마주하게 된다. <도쿄 사기꾼들>은 신조 고의 동명 범죄소설을 드라마화한 작품이다. 아야노 고와 릴리 프랭키 등 실력파 배우가 총출동해 열연을 펼치는데도 감독의 허술한 연출력이 가려지지는 않는다. 지면사의 범죄 행각과 수사를 건조하게 그려내는 데에만 혈안인 전개가 가장 큰 문제다. 그 탓에 각 캐릭터의 서사가 소홀히 그려져 관객이 서사에 감정을 이입할 틈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서스펜스마저 전혀 생기지 않아서 장르적 재미가 제로에 가깝다. /김경수 객원기자
케빈과 시간 도둑들
Apple TV+ / 10부작 / 연출 타이카 와이티티 외 4명/ 출연 칼 엘 턱, 리사 쿠드로, 타이카 와이티티/ 공개 7월24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아직은 테리 길리엄의 진짜 광기가 그립다
역사를 사랑하는 책벌레 케빈은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하며 심지어 가족에게도 외면당한다. 어느 날 그의 방에 행색이 우스꽝스러운 시간 도둑들이 나타난다. 그들은 자신을 부려먹는 초월자를 골탕 먹이고자 시간을 오가는 지도를 훔쳐서 도망치는 중이다. 케빈은 그들의 여정에 휘말려서 스톤헨지 건설, 타이태닉호 침몰, 마야문명 등 책에서만 보았던 역사적 순간을 두눈으로 마주한다. 한편 사탄은 지도를 훔쳐 세상을 지배하는 음모를 세운다. <케빈과 시간 도둑들>은 테리 길리엄의 <시간 도둑들>(1981)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의 여러 시대착오적 설정을 매만지면서도 근대성에 대한 반성적 사유를 계승한 각색이 흥미롭다. 플롯도 다소 정돈되어서 온 가족이 즐길 만한 모험물로 손색없다. 다만 광기 어린 아날로그 미술과 노골적 풍자 등 테리 길리엄의 개성이 사라져서 원작을 본 관객이라면 불만족스러울 수 있다. <조조 래빗>의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가 공동 제작과 연출, 각본을 담당했다. /김경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