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ULTURE TVIEW]'감사합니다'
2024-08-09
글 : 오수경 (자유기고가)

빌딩숲 사이 새로운 건물이 지어지는 현장. 그곳엔 수많은 노동자들의 땀과 건축자재들이 모였을 뿐 아니라 ‘돈’도 함께 있다. 그 돈으로 정직하게 건물을 쌓아 올리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도장을 위조하고 숫자를 조작해 사익을 축재한다. 이런 사소한(?) 불의가 쌓여 건물 철근이 쏟아져 내리고 유리는 박살난다. tvN 드라마 <감사합니다>는 건설회사에 만연한 횡령과 비리로 얼룩진 해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시작한다. 단지 ‘건설회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회적 신뢰도가 ‘순살 아파트’처럼 허물어진 한국 사회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감사합니다>는 횡령과 비리로 회사를 갉아먹는 “쥐새끼”들을 처단하겠다고 공언한 신차일 팀장(신하균)을 중심으로 JU건설 감사팀이 조직 내 각종 비리와 횡령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오피스 ‘클린’ 활극이다. 하지만 내용이 전개될수록 우리가 현실에서 본 온갖 부조리를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오피스 ‘더티’ 활극 같기도 하다. 처음에는 개인적 욕망 혹은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 때문에 저지른 비리도 (선한 마음일지라도) 특정 ‘라인’이나 지연과 학연 등이 개입되면 조직의 골격을 취약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이미 드러난 부정의를 회사의 이익을 위해 방치하거나 은폐하는 경영진 또한 조직을 망가뜨리는 또 다른 원인이다. 그래서 드라마는 비리를 밝히는 ‘영웅’을 내세우기보다는 공정한 감사의 의미를 환기하고 ‘제보 제도’ 신설 등 나름의 대안을 제시한다. 조직 내 횡령과 비리는 개인을 넘어선 ‘구조’의 문제임을 직시한 것이다. 이런 대안은 무시되기 쉽다. 구한수(이정하)처럼 인간과 구조에 ‘믿음’을 가지기 위해서라도 신차일과 같은 근거 있는 ‘의심’이 필요하다는 걸 <감사합니다>가 잘 보여준다.

Check Point

현실적인 소재에 시의적절한 문제의식을 담은 드라마지만, JU건설 형제들이 나올 때마다 식상해진다. 합리적인 척하지만 의뭉스러운 사장 황세웅(정문성)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소리 지르는 것 외에는 하는 일이 없어 보이는 닳고 닳은 부사장 황대웅이야말로 사라져야 할 사회의 습성 아닐까? ‘핏줄‘ 외에 왜 그 조직의 경영자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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