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누가 더 돈이 절실한지 겨루는 보스턴의 두 남자가 있다. 로리(맷 데이먼)는 떨어져 사는 아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밀린 양육비를 해결하고 싶고 전과자인 코비(케이시 애플렉)는 제대로 살기 위한 정착금이 필요하다. 절박한 남자들은 끝내 고위 정치인의 비자금을 훔치기로 작정하지만 평생 불운을 달고 살았던 사람들답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Apple TV+ 영화 <인스티게이터>(8월9일 공개)는 <본 아이덴티티>를 함께한 더그 라이먼 감독과 맷 데이먼의 20년 만의 재회, 오랜 친구 사이인 맷 데이먼과 애플렉 형제(벤 애플렉, 케이시 애플렉)가 합심한 작품으로 제작 당시부터 주목받았다. 인터뷰로 만난 감독과 두 주연배우는 자신들의 우정이 여전히 이어져오고 계속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맷 데이먼에게 받은 <인스티게이터> 시나리오를 읽는 동안 더그 라이먼은 승리의 기운을 느꼈다. “세상의 모든 강도영화는 도둑이 잘못되는 이야기다. 그중에서도 <인스티게이터>는 도둑이 본 적 없이 코믹하고 독창적으로 잘못되는 이야기였다.” 고상한 주제 의식을 앞세우는 일 없이 오락성을 1순위에 둔 코미디영화를 만들어보자며 프로젝트 합류 의사를 밝혔다. 정반대의 성격과 배경을 가진 두 인물이 충돌하고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유머가 발생하길 바라며 허술한 듀오 캐릭터를 세공하기 시작했다. “로리가 규칙을 따르는 쪽이라면 코비는 규칙을 깨는 쪽이다. 전혀 맞지 않는 남자 둘이 함께 도망치는 그림이 재밌었고 제대로 살려보고 싶었다.”
여기에 맷 데이먼과 케이시 애플렉의 실제 케미스트리를 담아 우정 어린 버디무비가 되길 바랐다. 어느덧 각자의 분야에서 자리 잡고 중년이 되어 다시 만난 맷 데이먼과의 인연에 대해 묻자 더그 라이먼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 톤이 한층 높아졌다. “맷과 작업한 지 하루이틀 만에 나의 오랜 친구가 예술가로서 한 인간으로서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화면에서 움직이는 맷을 지켜보면서 그가 <본 아이덴티티> 이후로 이렇게나 멋지게 성장했다면 나 역시 조금은 성장했을 거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인스티게이터>는 1994년 <게팅 인>으로 데뷔해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엣지 오브 투모로우> <아메리칸 메이드> 등 줄곧 극장 영화를 만들어온 더그 라이먼의 첫 번째 OTT 작품이다. 데뷔작 이야기를 꺼내자 자신은 무려 홈비디오 세대라며 웃어 보인 그는 달라진 영화 제작 환경도 극장과 스트리밍 플랫폼의 공존도 시대의 흐름으로 저항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며 프로페셔널한 대답을 이어갔다. “1996년에 극장에 건 <스윙어스>를 그때 태어나지도 않은 사람들이 지금 OTT를 통해 보고 있다. 내 경우 어릴 적 극장 영화들을 TV로 접하며 영화를 사랑하게 됐다. 극장과 OTT 플랫폼이 상생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영화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더 많은 영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볼 수 있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