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가 없는 말을 끊임없이 늘어놓는 코비(케이시 애플렉)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필요한 말만 하는 로리(맷 데이먼). 맷 데이먼과 케이시 애플렉은 <인스티게이터> 시나리오 개발 단계에서부터 불협화음 콤비를 연기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어린 시절 한동네에서 살면서 친해진 뒤 수십년째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둘에게 초면이라 어색한 사이는 짜릿한 역할놀이 같았다. <굿 윌 헌팅> 이후 맷 데이먼과 오랜만에 호흡을 맞춘 케이시 애플렉은 “코비와 로리는 첫 만남에서부터 자기들이 서로를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또 둘은 같이 다니는 내내 서로에게 무례하게 굴고 언쟁을 벌인다. 현실에서 나와 맷 사이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라 재밌었다”며 옆에 앉은 데이먼을 향해 환히 웃었다. “단순히 오래된 사이가 아닌 긴 세월 함께 작업해온 동료로서의 경험이 화면 속의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데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알게 됐다”며 이번 작품으로 깨달은 바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더그 라이먼 감독과 <본 아이덴티티> 이후 20년 만에 재회한 맷 데이먼에게 <인스티게이터>는 뜻깊은 선물이 됐다. “여전히 상투적인 걸 싫어하고 현실적인 연출자의 현장이 내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흥을 주었다. 더그와 제이슨 본과 달리 방향과 목적이 불분명한 로리 캐릭터를 만들면서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
<인스티게이터>의 공동 각본가로 이름을 올린 케이시 애플렉은 약 20년 전, 1990년대 보스턴의 범죄와 정치 세계를 그린 척 맥클레인의 초고를 읽었을 때부터 이 작품을 필생의 과업으로 여겨왔다. 엉망진창 강도질을 어설프게 뒷수습하는 버디 케이퍼 무비로 발전시키면서 “관객이 뜨겁게 반응하는 신나는 하이스트 무비, 액션영화로 완성하고 싶다”는 꿈을 이뤘다. 코비와 로리, 로리의 주치인 닥터 리베라(홍차우)까지 한차에 타 정신없이 진행하는 하이웨이 추격 신은 두 배우에게 잊지 못할 장면으로 남아 있다. 맷 데이먼은 “케이시가 쓴 그 신은 일반적인 추격 신이 아니라서 좋아한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와 닥터 리베라의 존재에 대해 벌이는 논쟁이 차 밖에서의 액션 못지않게 역동적이라 재미있었다”며 즐겁게 후일담을 털어놓았다. 데이먼의 말이 끝나길 기다리던 케이시 애플렉의 이어진 차분한 대답이 웃음을 자아냈다. “액션 신을 많이 해본 맷은 그 신을 완벽하게 해냈다. 홍차우는 바로 적응한 듯 보였다. 초짜인 나만 따라잡기 바빴다. (웃음)” 이 작품의 제작자이기도 한 맷 데이먼(<인스티게이터>는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2022년 공동 설립한 제작사 아티스츠 에쿼티의 작품이다.-편집자)은 한 사람이 1인다역을 하는 프로젝트의 효율성에 대한 이야기로 말을 이었다. “서로에 대한 존경과 신뢰로 우리는 작업할 때 경계를 긋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감독을 최우선에 둔다. 감독이 자기 비전을 후회 없이 펼치고 동료들에게서 최고의 역량을 끌어내도록 다양한 아이디어를 준비해둔다. 이러한 작업 방식이 진정한 협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