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이 지나도록 천도하지 못하는 원혼들이 있다. 관동대지진이 일어나자 일제는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키려 한다는 유언비어를 유포한다. 성난 군중을 잠재울 손쉬운 먹잇감을 던져주기 위해서였다. 천황의 이름으로 선포된 계엄령 아래 일본인 자경단은 수천명의 무고한 조선인을 학살한다. 무수한 증언과 기록에도 과거를 부정하는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의 넋을 더욱 원통하게 만든다. <1923 간토대학살>은 의도적으로 감춰진 진실을 되찾기 위해 치열하게 역사를 뒤쫓는다. 과거의 푸티지와 현대 일본을 교차하며 도달한 곳엔 무분별한 분노와 혐오로 자신의 나약함을 감추려는 악마들이 도사린다. 자막으로 모든 설명을 대체하는 교육 방송 스타일의 연출이 아쉽지만 자국을 비판하는 일본 내 목소리 위주로 전개되는 흐름이 눈길을 끈다. 비영리단체 ‘봉선화’는 보수단체 ‘산들바람’에 맞서 학살의 진실을 밝히는 데 전념한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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