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
디즈니+ / 4부작 / 연출 박훈정 / 출연 차승원, 김선호, 김강우, 조윤수, 무진성 / 공개 8월14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작가 박훈정과 감독 박훈정이 끈질기게 탐구한 세계의 집대성
국가정보원 소속 최 국장(김선호)은 ‘폭군’ 프로젝트를 극비리에 설계해 진행해왔다. 폭군을 통해 개발한 약물을 인간에게 주입하면 초인이 탄생할 수 있다. 어느 날 미 정부는 폭군을 중단하라고 최 국장을 압박하고, 폭군을 포기할 수 없는 최 국장은 직장 후배 연모용(무진성)을 통해 잔혹한 킬러이자 유능한 금고털이범인 채자경(조윤수)에게 약물의 마지막 샘플이 보관된 특수 금고를 탈취할 것을 의뢰한다. 하지만 마지막 샘플은 최 국장 손에 들어오지 못하고, 이에 최 국장은 사라진 샘플을 찾고 이를 손에 쥔 자를 처단하기 위해 은퇴한 전설적 킬러 임상(차승원)을 고용한다. 이때 폭군의 샘플을 건네받기로 한 미 정보기관의 요원 폴(김강우)은 한국은 폭군을 운용할 능력이 없다며 최 국장과 국가정보원을 직접 압박해온다.
<폭군>은 <신세계> <낙원의 밤> 등을 만든 박훈정 감독의 첫 시리즈 연출작이다. 박 감독에 따르면 <폭군>은 <마녀> 연작(<마녀> <마녀 Part2. The Other One>)과 세계관을 공유한다. 하지만 <폭군>의 이야기를 따라잡는 데 <마녀> 연작의 복습이 필수적이지는 않다. <폭군>이 <마녀> 연작의 시점으로부터 이어지는 이야기거나, <마녀> 연작 세계관의 규칙이 <폭군>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폭군>은 <마녀> 연작을 포함해 <브이아이피> 이후 지난 7년간 박훈정 감독이 왕성한 창작 활동으로 선보인 일련의 작품들을 집대성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카르텔 점령을 위해 과도한 폭력을 동원해 벌이는 유력자간 이전투구, 선인도 악인도 없는 세계, 막강한 신체를 가진 소년, 소녀 캐릭터가 어김없이 작품을 수놓는다. 일관적 취향에 관해 변명하지 않고 오히려 깊이 탐구하길 택한 연출자 겸 작가의 태도가 흥미롭다. /정재현
<크로스>
넷플릭스/ 감독 이명훈/ 출연 황정민, 염정아, 전혜진 / 공개 8월9일
플레이지수 ▶▶/ 20자평 - 쉬워서 좋은 필 굿 무비일수록 잘 만들어야 한다는 교훈
강력범죄수사대의 행동반장인 미선(염정아)은 내조를 책임지는 남편 강무(황정민)의 불륜을 의심한다. 베테랑 주부로 가정을 지키던 강무가 어느 날부터 낯선 여자 희주(전혜진)와 호텔에 가거나 등산하는 모습이 동료 형사들에게 포착됐기 때문. 오직 증거만을 믿는 미선은 둘의 뒤를 좇다가 강무가 전직 특수요원이었다는 사실까지 캐낸다.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식의 스파이 로맨스를 비튼 액션 코미디인 <크로스>는 격의 없고 끈끈한 한국 중년 부부의 일상을 무대로 삼는다. 장면 단위의 유효함을 추구하는 <크로스>는 그 긴장과 재미의 짧은 지속 시간만큼이나 작품을 즐기는 관객의 너그러움을 요구한다. 한없이 가볍고 허무맹랑한 코미디에서도 연출의 밀도는 중요하다. 킬링타임 영화와 졸작 사이, <크로스>가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톱10 영화(비영어) 부문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넷플릭스 영화에 바라는 동시대의 요구를 방증하는 것도 같다. /김소미
<인스티게이터>
Apple TV+/ 감독 더그 라이먼 출연 맷 데이먼, 케이시 애플렉, 홍차우 / 공개 8월9일
플레이지수 ▶▶▶/ 20자평 - 속도를 줄이지 않는 우정의 액션영화
돈이 필요한 보스턴의 두 남자에게 돈을 구할 기회가 생겼다. 문제는 그 기회가 불법이라는 것이다. 아들의 양육비가 밀린 로리(맷 데이먼)와 사회에 새로 적응할 정착금이 필요한 전과자 코비(케이시 애플렉)는 정치인의 막대한 비자금을 훔치는 작전에 합류한다. 그러나 이들의 작전은 시작부터 스텝이 꼬이고 둘은 결국 도망자 신세가 된다. 더그 라이먼의 신작 <인스티게이터>는 세련된 액션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의 장기가 돋보이는 영화다. 실내에서 벌어지는 단순한 소동극에서부터 빽빽한 도로에서의 복잡한 카 체이싱까지 군더더기 없는 구성과 연출로 높은 만듦새를 자랑한다. 주연배우들이 고루 호연을 펼치는 가운데 더그 라이먼과 <본 아이덴티티> 이후로 20년 만에 재회한 맷 데이먼의 진중한 연기가 극에 무게감을 더한다. 불운한 콤비의 코믹함을 살리기 위해 끼워넣은 대사들이 추진력을 때때로 약하게 하지만 액션과 플롯의 기본적인 속도감이 영화를 든든히 받쳐준다. /이유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