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트버스터 장면을 처음 보고 받은 충격이 아직도 남아 있다. 확실히 <에이리언>을 보기에는 이른 나이였다. (웃음)” <에이리언> 시리즈의 오랜 팬이었던 케일리 스페이니는 처음 시리즈의 신작이 제작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제작되면 어떡하나 걱정”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하지만 페데 알바레스 감독이 담당한다는 것을 알고 이내 안심했다. 공포라는 심리 현상을 완벽히 이해하는 그는 이 프랜차이즈에 가장 어울리는 감독이다.” CG를 최소화하고 실제 촬영에 천착하는 감독의 연출 성향도 무척 반가웠다고. “정말 진짜 같은 세트에서 애니매트로닉스 모형을 상대로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은 배우에게 큰 특권이다. 정서적 몰입의 정도에서 분명한 차이를 제공한다.”
레인(케일리 스페이니)은 결함 있는 인조인간인 앤디(데이비드 존슨)를 친남매처럼 아끼는 따뜻하고 올곧은 마음씨의 소유자다. 인조인간을 반기지 않는 식민지의 주변 인물들은 물론 <에이리언> 세계관 내에서도 한번도 본 적 없는 형태의 사랑이다. 그러나 시리즈 바깥으로 눈을 돌리면 오히려 “너무 많은 영화들이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관계를 다루기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기 어려웠다”고. 하지만 인물이 겪는 본질적인 감정에는 결국 차이가 없다는 것이 그가 다다른 해답이었다. “작품 제목도 ‘로물루스’이지 않나. 형제자매간의 우애라는 주제에 대해 더욱 깊게 고민했다.”
<에이리언> 시리즈의 주인공이라면 으레 시고니 위버가 연기한 리플리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케일리 스페이니 역시 “시고니 위버의 연기를 반복해서 감상하며 장면 하나하나를 해부”하듯이 공부했다고. 특히 시고니 위버가 “당대의 여성주인공으로서 이루어낸 업적에 존경심”을 표했다. “80년대 공포영화에서는 여성 인물에 대한 부당하고 혐오적인 묘사가 만연했다. 장르적으로 고착화된 여성관을 처음 깨부순 것이 그녀였다.” 하지만 모방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전혀 없었다. “기존 각본에는 중성적인 역할로 쓰였다는 리플리를 본인만의 방식으로 해석해낸 시고니 위버 덕분에 나 또한 편안한 마음으로 레인과 만날 수 있었다.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는 그 어떤 요소든 끄집어내 레인 속에 자유로이 투영할 수 있었다.”
단순히 초기작의 풍채를 재현하는 목표를 넘어 SF에 대한 현시대의 높은 기준에도 부응해야 하는 <에이리언: 로물루스>의 난제를 케일리 스페이니는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이전에는 <에이리언>을 비롯한 수많은 SF영화가 당시의 시대상을 한참 앞서 있었다. 이제는 점차 일상적인 내용이 되어간다.” 그는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어디까지나 엔터테인먼트 영화”라고 정의하면서도, 현실에서 당면한 문제들에 대한 “대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가는 것”이 영화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역설한다. ‘지금’과 ‘스스로’에 집중하는 배우 케일리 스페이니의 견고한 가치관 덕분에 레인은 40년 전과 닮은 세계 속에서도 현재를 떠올리게 하는 인물로 자립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