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리 변호사(남지현)는 대형 로펌에서 이혼팀에 배정됐지만 사실 부부 문제에 얽히고 싶지 않다. 그에겐 이미 비슷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 한유리의 아버지는 가족을 배신하고 불륜을 저질렀고, 이러한 기억은 그를 결혼과 연애에 무감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비혼. 인간은 애초에 서로 뭘 나눌 수 없는 이기적인 동물이야.” 맹세의 제스처가 그의 의지를 내비추지만 드라마는 그에게 뜬금없는 시련을 준다. 어느 날 눈떠보니 한 모텔, 동료 변호사 전은호(표지훈)와 하룻밤을 보낸 것이다. 심지어 난데없는 고백까지 이어진다. “우리 만나보자. 한유리, 전은호 서로 캐주얼하게 알아가보자고.” 여기서 잠깐 한유리를 되짚어보자. 그는 어떤 설정을 지닌 인물인가. 한유리는 입사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로펌 대표 변호사 차은경(장나라)의 이혼소송을 전담하게 된다. 심지어 이혼소송을 그보다 잘 아는 사람이 없다고 정평난 차은경이 한유리에게 변호를 직접 의뢰했다. 어엿한 직업인으로서 한유리는 직속 상사 차은경을 두려워하지 않고, (무려 미래에 로펌을 이어받을) 선배 변호사의 부탁을 거절하는 배짱까지 갖췄지만 드라마는 그에게 노골적인 로맨스 가능 여부를 묻는다. 결과적으로 <굿파트너>는 비혼을 선언한 여성에게 그 진정성을 교묘하게 시험하는 것이다. ‘진짜 이렇게 좋은 사람이 있어도 결혼 안 할 거야?’, ‘고백까지 하는데 진짜 안 만나볼 거야?’ 하면서. 사실 이 불쾌한 의심은 몹시 익숙하다. “결혼 안 한다는 사람이 제일 먼저 시집가더라” 같은 말은 구전되어 내려온 지 오래고 최근엔 많은 인플루언서와 배우들이 자신의 반려자를 두고 “비혼이던 나마저 바꾼 사람”이라고 자랑한다. 현실에서 비혼은 제도권을 거부한 여성들의 주체적인 선택이지만 여전히 ‘아직 좋은 이성을 만나지 못한 상태’로 축소되고 의심받는다. 그러니 더더욱 궁금하다. 과연 한유리는 이 시련을 어떻게 통과할 것인가. 아니? 애초 이렇게 무력하고 구시대적인 시련은 생략될 순 없었을까.
CHECK POINT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 배우자의 재산을 노리는 사람, 뻔뻔하게 자기 이득만 생각 하는 사람 등 일상적 악인이 고르게 여성 으로 등장한다. <굿파트너>의 주요 관계인 워맨스 구도 때문에 모든 여성을 선역 으로만 위치시키지 않고 순수하고 무결한 연대를 강조하지도 않는다. 진정한 의미의 디폴트로서 여성을 활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