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이자연의 TVIEW]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2024-08-30
글 : 이자연

*결말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겠는가, 안 났겠는가?” 매 에피소드의 시작을 알리는 이 문장은 비슷한 상황에 처했지만 전혀 다른 선택으로 향하는 두 남성의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00년을 살아가는 상준(윤계상)과 2021년의 영하(김윤석)는 20여년의 시차를 두고 있다. 강변에서 각각 모텔과 펜션을 운영하는 둘은 서로 다른 살인사건을 맞닥뜨린다. 한순간 연쇄살인범 지향철(홍기준)의 범죄 현장으로 추락한 상준의 레이크뷰 모텔은 고객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고, 묵은 소문처럼 이 이야기를 접한 영하는 유성아(고민시)의 아동 살인을 알고도 조용히 묻어버린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이들의 2세들이다. 아버지 세대가 채 정리하지 못한 분노와 억울함의 근원을 상준의 아들 기호(박찬열)와 영하의 딸 의선(노윤서)이 긴밀하게 이어받는다. 어떤 죽음도 숲속에선 다음 생명을 위한 양분이 되듯, 두 가장의 울분은 다음 세대가 마땅히 행동할 씨앗이 된다. 1년 전 아동 살인 후 펜션을 다시 찾은 성아를 영하가 거절하려 할 때, 그의 딸 의선은 따뜻하게 숙박을 안내한다. 성아의 두 번째 방문부터 영하의 불행이 가속도를 얻은 만큼 의선의 친절은 극적 민폐로 비치기 충분했다. 진실을 모르는 해맑은 여성들이 민폐 캐릭터로 전락하며 주인공의 뒷심을 조명하는 도구로 쓰이는 사례가 적지 않지만 여기서는 그 여지를 명백히 차단한다. 자신을 “딸년”이라 부르는 성아의 말을 듣자마자 단숨에 공격 대상으로 전환하는 의선의 저력은 진실을 알아차리고 망설이기 바빴던 아버지와 극명한 대립을 보인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도 나무가 쓰러진 소리는 결국 어떻게든 퍼져나갈 일이다.

check point

고민시로 시작해서 고민시로 끝난다. 광기에 빠진 여자의 음산한 웃음, 헐렁한 숨소리, 발칙한 주장까지 고민시는 성아의 삶을 이미 경험해본 것만 같다. 화룡점정은 아무래도 “음~ 우리 서로 너무 궁금해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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