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희(김지영)는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러 슬픔을 꾹 눌러 담은 채 제주에 내려간다. 그녀는 제주에 간 날 우연히 바다에 빠져 죽으려 하는 준우(배수빈)를 구한다. 다음날 준우의 상태를 확인하려고 그의 집에 간 영희는 그가 클래식 마니아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그에게 죽은 어머니가 남긴 메모에 적힌 클래식 음악을 틀어달라는 부탁을 한다. 영화엔 <가을동화> <겨울연가>를 연출한 윤석호 감독의 서정적인 감수성이 그대로 녹아 있다. 티 없이 맑은 제주 바닷가 풍경과 빛을 한껏 활용한 정적 촬영, 서로의 상처를 감싸안으려는 두 캐릭터의 관계, 감독이 엄선한 클래식 음악이 그 증거다. 두 배우의 연기도 이 영화만의 빛바랜 필름 사진을 보는 듯한 감수성을 한껏 살린다. 다만 감상을 방해하는 요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물에 빠진 파리와 같은 이미지로 인물의 상황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연출이 반복되는 점 등이 못내 아쉬움을 남긴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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