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양의 작품 중 단연 대화의 영화라 부를 만한 <독립시대>는 1990년대 대만 문화산업의 최첨단에 있는 사람들의 소동을 따라간다. 재벌집 딸 몰리, 그의 친구이자 비서인 치치를 중심으로 제작자, 투자자, 연극연출가, 소설가, 아나운서 등이 끊임없이 관계를 번복해나간다. 이들의 갈등은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도대체, 새로운 대만(신타이베이)에 걸맞은 가치란 무엇인가. 도시의 마천루에 곧잘 머무르는 영화는 자본주의적 부조리를 관조하면서 부유층과 예술가들의 허위를 희극적으로 묘사하는 한편, 연대를 통해 자기소외를 극복해나가는 이들을 낭만적으로 긍정한다. 결국 <독립시대>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의 시대로부터 결코 깨끗이 독립할 수 없는 이들이 느끼는 혼란스러운 과도기를 직시하면서 <하나 그리고 둘>로 나아가는 과정의 움직임이다. 1994년작을 30년 만에 처음 마주하는 관객들에겐 당대에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던 퀴어적 요소 또한 새로운 질문으로 다가올 것이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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