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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리뷰] <전부 애거사 짓이야> <카오스> <괴물: 메넨데즈 이야기>
2024-09-27
글 : 최현수 (객원기자)
글 : 김경수 (객원기자)

<전부 애거사 짓이야>

디즈니+ / 9부작 / 연출 잭 셰이퍼 / 출연 캐서린 한, 오브리 플라자, 조 로크, 패티 루폰 / 공개 9월19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혐관 한 스푼이 익숙한 MCU의 체질을 바꾼다

완다와의 전투에서 패배한 뒤 어둠의 마녀 애거사(캐서린 한)가 웨스트뷰에 갇힌 지도 3년이 지났다. 그녀는 힘을 뺏긴 뒤로 자신에 관한 기억마저 완전히 잊어버린 모양이다. 자신을 웨스트뷰의 유능한 형사라고 믿고 있는 그녀는 의문의 시체를 둘러싼 사건을 수사하느라 바쁘다. 하지만 헥사에 갇혀 망상을 이어가는 것도 딱 여기까지. 난데없이 등장한 낯선 고등학생 틴(조 로크)의 도움으로 애거사는 완다의 저주에서 풀려난다. 드디어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애거사는 마력을 잃고 애증의 상대인 리오(오브리 플라자)를 비롯해 다수의 적으로부터 쫓기는 신세다. 상황을 해결할 방법은 단 하나. ‘마녀의 길’을 통과해 새로운 힘을 얻는 것이다. 파산 직전의 오합지졸 마녀들과 비밀이 많은 소년 틴과 함께 그녀는 신비하고 위험한 여정 길에 오른다.

<전부 애거사 짓이야>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새로운 이정표였던 시리즈 <완다비전>의 빌런 애거사를 주인공으로 제작한 스핀오프 드라마다. 미국 시트콤의 계보를 오마주했던 전작처럼 1화부터 <트루 디텍티브>풍의 범죄드라마를 변주하며 포문을 연다. 성공한 시리즈를 답습하는가 싶던 순간, <전부 애거사 짓이야>는 새 캐릭터 리오와 틴을 등장시키며 반전을 꾀한다. 특히 오브리 플라자는 모든 장면마다 미묘한 애증의 공기를 뿜어낸다. 캐서린 한의 매력으로 지탱하던 주인공 애거사에게 두터운 관계성을 더해주는 선택이다. 살의보단 눈물이 돋보이는 두 마녀의 액션 시퀀스는 시리즈의 전략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잃어버린 힘을 되찾기 위한 주인공 애거사의 위험한 모험보다는 그 아래로 흐르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지닌 퀴어성의 층위에 눈이 가는 작품이다. /최현수 객원기자

<카오스>

넷플릭스/ 8부작/ 연출 조지 뱅크스 데이비스, 룬야라로 맙푸모 / 출연 제프 골드블룸, 재닛 맥티어, 오로라 페리누/ 공개 8월29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참을 수 없는 그리스신화의 힙스터스러움

제우스(제프 골드블럼)는 신들의 왕으로 올림포스를 다스린다. 그는 특유의 괴팍한 성격으로 가족은 물론 인간에게도 환영받지 못한다. 그는 얼굴 왼쪽에 생긴 주름을 보고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흔한 중년의 위기가 아니라 “선이 나타나고 질서가 쇠퇴하며 가족은 몰락하고 혼돈이 지배하리라”라는 오랜 예언에 대한 반응이다. 한편 제우스의 아들 디오니소스는 아내 에우리디케의 죽음으로 괴로워하는 오르페우스에게 접근해 그녀를 구할 방법을 알려준다. <카오스>는 그리스신화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영화다. 고대 그리스의 신을 힙스터와 싱어송라이터 등 현대적인 직업으로 번역하고 다양한 인종을 그리려는 노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무엇보다 올림포스를 현대 도시풍으로 그려내는 과감한 연출도 인상적이다. 넷플릭스 시리즈인 <빌어먹을 세상 따위>를 각색한 찰리 코벨의 작품답게 힙한 감수성이 곳곳에 드러난다. /김경수 객원기자

<괴물: 메넨데즈 이야기>

넷플릭스/ 9부작 / 연출 파리스 바클레이, 그렉 아라키, 이언 브래넌 / 출연 하비에르 바르뎀, 클로에 세비니, 에반 피터스, 쿠퍼 코흐/ 공개 9월19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실화를 초과하는 픽션의 괴물 같은 힘

에릭과 라일 형제의 부모가 잔혹하게 살해당한다. 에릭은 장례식을 치른 뒤 심리상담사에게 라일과 함께 부모를 살인했다고 고백한다. 그가 상담사와 나눈 대화가 우연히 외부에 공개되며 에릭 형제는 재판정에 선다. 이 둘은 버벌리의 명망 높은 거물이었던 아버지 호세 메넨데즈(하비에르 바르뎀)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한다. 검사는 형제가 아버지의 유산을 노렸을 것이라 몰아세우며 진실 공방이 오가기 시작한다. 살인마 제프리 다머의 실화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 <다머>의 후속작으로 종신형으로 복역 중인 메넨데즈 형제의 실화를 담는다. <다머>의 제작자 라이언 머피와 이언 브래넌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현재진행형인 사건인 만큼 드라마가 범죄를 다루는 태도는 제법 진지하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단순한 이분법을 거부하면서 두 사람이 왜 괴물로 탄생했는지를 포착한다. /김경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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