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하나는 결코 어느 하나로만 성장하고 살아가지 않음을, ‘와일드 로봇’
2024-10-02
글 : 유선아

동물의 본성과 기계의 프로그래밍은 얼마나 다를까. 외딴섬에 불시착한 로봇 ‘로줌 7134’, 로즈(루피타 뇽오). 해달 가족이 전원 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깨어나지만 기계에 불과한 로즈가 야생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다행히 환경에 적응하고 행동을 모방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이 탑재되어 주변 동물을 흉내내며 섬에서 살아남은 가운데 로즈는 본사로 귀환하기 위해 통신을 시도하나 번번이 실패한다. 그러던 중 불의의 사고로 기러기 둥지에 홀로 남겨진 알을 발견하고, 갓 부화한 아기 기러기 브라이트빌(키트 코너)은 처음 본 로즈를 엄마로 여기며 그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엄마가 되기 위한 프로그램이 없는 로즈는 브라이트빌이 기러기답게 자라도록 보살필 수 있을까.

크리스 샌더스 감독이 원작자 피터 브라운과 함께 각색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와일드 로봇>은 야생에 던져진 로봇 로즈를 주인공으로 한다. 기계의 매끈한 표면이나 동물의 털을 사실적 묘사 대신 붓이 쓸고 지나간 결로 표현한 작화가 우선 눈길을 끈다. 풍경을 회화적으로 묘사하며 환경과 생태주의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한 이 SF애니메이션의 진가는 기계 로봇을 무지에서 앎으로 성장하는 우화적 존재로 그려냈다는 점에 있다. <와일드 로봇>은 작은 교훈을 던지는 대신 선의를 끼치며 살아가는 관계를 통해 삶의 조화를 보여준다. 서로의 처음을 같이하는 부모와 아이, 가족과 친구는 너무 다르게 태어났지만 어느덧 서로에게 필요하고 소중한 관계로 그려진다. 결국 살아가며 만난 이들에게 감사할 수밖에 없는 모두의 성장을 가슴 뭉클하게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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